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시작조차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일단 시작이라도 하는 것이 변화와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종종 이 같은 말로 힘을 북돋우곤 한다. 이러한 믿음으로 국회가 새로운 법을 만들고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길을 열어 갈 때는 언제나 응원의 목소리를 내곤 했다. 우리나라가 정보화 시대를 거쳐 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고, 차세대 이동통신망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상용화하고,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3D프린팅·스마트시티 등 새로운 디지털 동력이 출현할 때마다 그에 따른 정책을 입안하고 법안을 마련하는 것을 적극 지지했다.
지난해 정부와 국회는 한마음 한뜻으로 '데이터 3법'을 통과, 데이터 경제를 열어 가기 위한 법·제도 기틀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후퇴될 수 있는 경제를 살리고자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에 기반을 둔 '디지털 뉴딜' 정책을 입안, 가속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데이터 경제 가속화를 위해 데이터 3법뿐만 아니라 '지능정보화 기본법'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전자서명법'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 등을 제·개정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대통령 직속 4차위가 데이터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개편했다. 이 모든 노력은 새로운 시작으로서 이미 데이터 경제를 향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데이터 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또 다른 노력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산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데이터 관련 법안이나 공정거래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법안 등도 논란 속에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시작을 긍정 평가해 준다 하더라도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나머지 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다소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시작이니까 하고 넘어갈 수 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인류가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를 맞아 재정을 풀어 경제에 긴급 수혈하는 것이 불가피했고, 때로는 디지털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수혈이 이뤄지더라도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코로나19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극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반이나 지났기 때문에 정말로 디지털 뉴딜을 성공시키고 데이터 경제를 선도하고자 한다면 나머지 반은 정말 소중하게 활용해야 한다.
디지털 뉴딜 핵심 과제로 데이터 댐, 지능형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디지털 트윈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원래 의도한 방향으로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어느 국회의원이 한국판 뉴딜을 향해 쓰레기 일자리라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은 아니었을까. 정부와 국회가 데이터 법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 법안이 단순히 또 다른 시작에 그칠 뿐이라면 차라리 그러한 노력을 이미 시작한 법과 정책을 원래 의도대로 끌고 가는데 활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최근 발표된 미개방 정보 공개나 국가 데이터를 활용한 체감형 서비스 추진은 적당함과 부적당함을 떠나 구체화한 노력의 하나로서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이제는 디테일을 챙겨야 할 시점이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 돈이 되기는 어렵다. 대량의 데이터를 단순히 정리한다 해서 돈이 되지도 않는다. 데이터가 실제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목적을 설정하고, 그에 맞게 설계하고 지속해서 흐를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관점이 유지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결국 매우 섬세한 작업이어야 하고, 산업 각 부문에서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한 것이어야 한다. 개정 데이터 3법을 필두로 한 입법과 정책 수립으로 절반이 이뤄졌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세밀한 실천만이 나머지 절반을 채울 수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 kjchoi@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