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법과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법은 당정이 한국판 뉴딜의 10대 입법과제로 꼽은 여러 제정법 가운데서도 중소·벤처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자인 중소기업의 비대면 전환과 제조혁신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급기업의 고도화 역시 동시에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대면기업육성법은 여러 법안 가운데서도 가장 진척이 빠르다. 비록 2월 국회에서 여야 공방으로 소위가 무산됐지만,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등 시범 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다, 지난해 말 비대면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첫 번째 세부 추진방안인 'K-비대면 글로벌 혁신벤처 100 프로젝트'는 이미 가동을 개시했다.
◇비대면기업, 삼성전자·네이버 잇는 3세대 혁신기업으로
정부는 지난해 1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K-비대면 글로벌 혁신벤처 10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에서 스케일업, 글로벌화까지 스타트업의 생애 전 주기를 지원해 삼성전자나 네이버의 뒤를 잇는 3세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혁신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비대면기업육성법에 담긴 조항을 근거로 법 제정 이전 우선 추진할 수 있는 시책을 추려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발표한 내용”이라면서 “글로벌 혁신벤처 100 프로젝트와 향후 제정될 법을 바탕으로 정부 차원의 비대면 육성을 위한 다양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기업육성법에는 비대면기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고, 관계 기관이 기본계획에 따라 연도별 실행계획을 수립·시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비대면 중소·벤처기업을 별도의 기업군으로 분류해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비대면기업을 위한 연구개발(R&D)과 기술지원, 해외진출을 위한 자금지원은 물론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는 등 특화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미 중기부에서는 비대면기업의 실질 지원을 위한 구분 체계를 마련하고 비대면기업의 성과를 별도 집계하기 시작했다. IC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 등을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 전달을 비대면화해 경영 효율화 또는 이용자 편의성을 제고하는 기업을 비대면기업으로 정의했다. 분야도 △스마트헬스케어 △교육 △스마트비즈니스&금융 △생활소비 △엔터테인먼트 △물류·유통 △기반기술 등으로 구분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비대면 분야 기업의 투자금액 대비 기업가치 배수(11.5배)가 대면 분야 기업(10.0배)보다 높게 나타나 그만큼 비대면 분야의 성장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 역시 비대면 분야 벤처기업의 고용증가율은 15.5%로 벤처기업 전체(7.9%)와 대면 분야(5.6%)를 모두 상회했다.
이처럼 투자 및 고용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비대면기업에 9조원 규모의 맞춤형 자금을 제공하는 등 중점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대한민국펀드 내 비대면 혁신 벤처·스타트업에 중점 투자하는 비대면 전용 펀드를 2025년까지 3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등 특화지원이 이뤄진다.
분야별로도 각 부처마다 다양한 지원을 실시한다. 복지부에서는 스마트헬스케어, 식약처에서는 혁신첨단의료기기, 교육부에서는 에듀테크, 문체부에서는 콘텐츠 기업 육성, 국토부에서는 물류기업, 농식품부에서는 온라인 농식품 분야 등을 중점 지원한다. 사실상 ICT에 기반한 대부분의 기업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신설·강화되는 규제에 대한 특례와 함께 규제자유특구 우선 지정, 예비타당성 조사 시 기간 단축 등 특례도 제정법에 담길 예정이다.
◇중기정책, 수요자·공급자 동시 육성정책으로 진화
업계 안팎에서는 비대면기업육성법 제정이 그간의 중소기업 지원 체계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우수 비대면기업을 발굴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비대면 전환까지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공장이 수요기업의 제조혁신을 통해 공급기업의 역량까지 함께 육성한다면, 비대면기업육성법은 비대면기업의 역량을 향상시켜 이를 토대로 수요 중소기업에게 비대면 전환이라는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특히 그간 벤처기업, 기술혁신기업과 같이 기업의 성장성 등에 따라 지원체계를 수립하던 데서 벗어나 중점 육성 분야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도 큰 변화다. 친환경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 육성, 데이터·네트워크·AI 등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분야에 대한 추가 지원체계 마련 역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 고위 관계자는 “그간 중기부가 추진하던 정책이 규모에만 매몰되어 있던 측면이 크다”면서 “앞으로는 스타트업, 벤처기업에 걸맞은 영역을 살펴 특화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큰 틀에서 변화를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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