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투사 개편 앞둔 대형 증권사, 모험자본 공급 경쟁 격화

금융투자업계가 전통 기업금융(IB)을 확대하기 위한 물밑 경쟁으로 치열하다. 금융당국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개편의 핵심으로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다시 내걸면서다.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 확대는 물론 벤처펀드 수탁, 모펀드 위탁운용까지 전방위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26일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의 기업의 상장 주관 업무를 맡고 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지에프씨생명과학을 비롯해 스팩합병을 추진 중인 스카이칩스, 공동주관을 맡은 엠틱스바이오와 나우로보틱스 등 총 7건의 상장 업무를 주관 중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 종투사 진출을 위해 기업금융 부문을 확대하며 주식발행 관련 업무에 꾸준히 공을 들였다. 지난 24일 종투사 지정에서도 최근 대신증권의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의 지속적인 확대 기조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 역시 올해 IPO 실적이 크게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증권의 올해 IPO 실적을 공모금액 기준 8857억원에 이른다. 이전상장이나 스팩합병은 제외한 규모다. 주관 기업 수는 지난해와 동일했지만 규모는 5배 가까이 늘었다. 전통의 IPO 강자들이 주춤한 가운데 에이피알,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상반기 굵직한 딜을 주관한 결과다. 하나증권은 이를 바탕으로 여섯번째 초대형IB 지정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IPO 주관 업무 뿐만 아니다. 벤처투자 단계에서도 대형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증권사 최초로 투자조합 수탁 시스템을 오픈했다. 신한자산운용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자하는 '과학기술혁신펀드' 모펀드의 위탁운용사로 낙점받으며 1조원 이상의 자펀드에 출자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프리IPO 단계 또는 그 이전 단계부터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PEF)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유망 기업까지 자금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저변을 확보한 셈이다.

증권사들이 벤처펀드 결성 과정에서 단순 출자 업무 뿐만 아니라 공동 업무집행조합원(GP)을 맡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단순히 유망 기업의 자금줄 역할만을 하기보다는 향후 상장 주관 업무 등에서 이점을 얻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역시 각 증권사들은 향후 먹거리로 여기며 관련 업무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추세는 새해 금융당국이 내놓을 종투사 제도 개편과 맞물려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게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계속된 모험자본 공급 확대 기조는 물론 최근에는 국회입법조사처까지 초대형 IB 제도에 대한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정리로 촉발된 중소형사 인수합병(M&A)부터 해외주식 거래 비중 증가로 인한 경쟁력 약화 등 증권업계 양극화가 거세지는 분위기”라면서 “금리 인하를 계기로 중·대형사에 대한 자본 확충과 함께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강화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게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종투사 개편 앞둔 대형 증권사, 모험자본 공급 경쟁 격화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