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동차용 반도체 전략적 접근과 인내가 필요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해외 자동차 기업들이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이 현재까지는 잘 대처하고 있지만 장기로는 반도체 제조시설 부족으로 공급망이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기업들은 친환경·자율주행 자동차 붐으로 각종 전자장치 사업에 다투어 투자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랫동안 차량용 반도체는 일본, 유럽, 미국이 시장을 주도해 왔다. 이들은 아직도 최강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르네사스 및 토요타의 차량용 반도체 그룹 중심으로 각종 차량용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은 NXP, 인피니언, ST마이크로 등을 중심으로 자동차는 물론 사물인터넷(IoT)·전력반도체 등 새로운 응용 분야에서도 연구개발(R&D)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인텔, 엔비디아 등 굴지의 기업들이 전장용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이어 가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첨단화와 부품 업체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업체 간 기술력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경쟁력이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에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의 기반은 아직 열악한 상황이다. 차량용 전장부품에 적용되는 반도체 대부분을 해외 업체가 공급하면서 국내 전장 업체는 해외에 의존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선진 전장부품 업체와의 기술 및 가격 격차 극복이 쉽지 않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업체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분야별 특성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 업종 간 융합 지체, 차량용 반도체에 특화된 기능 요구 사항에 대한 대응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텔레칩스, 넥스트칩, 실리콘웍스, 실리콘마이터스, 픽셀플러스 등 국내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분전하고 있지만 브레이크·엔진 등 안전과 관계되는 차량용 반도체는 고신뢰성 관련 국제표준 등 대응이 아직 미비하다.

핵심 차량용 반도체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은 우리나라 완성차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조바심을 내기보다 전략 접근을 해야 하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이미 국내 반도체 산업, 자동차 부품 산업, 완성차 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 산업 간 긴밀한 협력과 결합 극대화로 차량용 반도체의 핵심 원천 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설계 능력과 실무 경험을 고루 갖춘 차량용 반도체 설계 고급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특히 공동 연구가 필수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정책 및 재정 지원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정부 주도로 기술 개발과 함께 턱없이 부족한 반도체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기술 개발 절차는 부품 및 완성차 업체의 수요 제시, 공동 개발, 적용 순으로 진행해야 한다. 신뢰성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반도체와 자율주행차용 인공지능(AI) 비전 센서 등을 개발,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자율주행차에 가장 필요한 궁극의 기술과 부품인 자율주행 자동차용 AI 엔진 콘트롤 반도체 등을 개발,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량용 반도체가 탑재될 대상인 완성차의 기술 사양 등 중요 정보를 대부분 완성차 업체와 1차 부품 납품 업체뿐만 아니라 반도체 기업과도 공유해야 한다. 국내 차량용 반도체 설계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있어야만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 육성이 가능할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 khahn@ks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