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달 새로 취임했다. 정부와 손발을 맞춰 혁신 벤처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할 협회 수장들도 때마침 새로운 진용을 갖췄다. 벤처기업, 이노비즈, 벤처캐피털(VC)까지 저마다 새로운 의제를 내걸고 업계가 나아갈 방향 제시에 여념이 없다. 민간 주도 벤처확인제도, 중소기업 제조혁신, 벤처투자 활성화까지 민·관 협력 없이는 쉽사리 이루기 어려운 과제가 쌓여 있다.
그동안 상당수의 협회·단체는 회원사 이익을 온전히 대변하기보다 정부 정책 방향을 측면 지원하는 관변단체 역할에 치중했다. 회원사 회비나 기타 영리사업보다는 정부보조금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협회·단체의 기반이 탄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관이 동등한 파트너가 아닌 '갑을' 관계로 묶인 셈이라 할 수 있다. 혁신 중소기업 단체 수장들이 저마다 '민간 중심 생태계'를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경우 새롭게 선임된 임원사들이 특별회비를 납부하는 등 사무국의 재정을 강화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역시 벤처확인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이 생태계 선순환에 기여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된 지 5년 차를 맞은 지금 예산이 크게 늘고 정책 범위도 넓어진 만큼 정부와 합을 맞출 민간의 역할도 과거와는 이제 달라져야 할 때가 됐다. 중기부 역시 집행 기능보다는 정책 기능에 초점을 두고 민간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그나마 홀로서기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일부 단체와 달리 대다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목소리는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현장과 정책 간 괴리만 더욱 벌어졌다. 현장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단체는 정작 대표성 부족으로 의견수렴조차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부처와 각 협회·단체를 대표하는 얼굴이 바뀐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민간 관계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동등한 파트너로서 진정한 의미의 민·관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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