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직된 산업규제 여건과 미흡한 플랫폼 혁신 생태계가 '디지털 전환(DX)'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공지능(AI) 기술과 플랫폼 역량을 확충하는 한편 기존 틀을 깨는 과감한 혁신 전략으로 DX에 가속을 붙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KIET)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CES 2021, 디지털 전환과 한국산업의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CES 2021에서 AI·5G 기반의 홈코노미, 바이오헬스, 친환경 혁신이 주요 키워드로 부각됐다”면서 “다양한 산업과 일상 공간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어 새로운 전략 관점에서의 과감한 혁신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올해 CES가 온라인으로 열리면서 한국 참가기업이 감소했지만 작년 수준인 102개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 위상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이 원격의료 등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기술혁신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은 낡은 규제와 제도 미비 등으로 기술 발전과 확산이 더디다고 분석했다.
또한 비대면 경제 확산으로 글로벌 AI·데이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 중국 등에 비해 AI 기술 수준이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87.4%다. 중국·유럽이 91.8%인 것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디지털 전환 핵심기반인 5G 부문에서는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룬 것은 물론 최고 수준 단말·서비스를 갖추고 있지만 기초연구 역량과 핵심장비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앞으로 한국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혁신과 선제적 투자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데이터, 5G 등 신기술·융합 분야에서 핵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 글로벌 기업과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을 추진해 우리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연계 △중소·벤처 주도 기술혁신 촉진 △수요기업과 공동 개발체계 구축 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미래산업 영역 후방분야인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소프트웨어(SW) 등에서 우리의 강·약점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제도·규제 정비를 지속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