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세계 판매 1위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3000만원 초반에 구매할 수 있는 아반떼급 전기차 '미스트라(현지명 밍투) 일렉트릭'을 투입한다. 미스트라 일렉트릭을 시작으로 중국 내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고가 전용 전기차 대신 중저가 중국향 파생 전기차를 앞세워 1% 아래인 중국 내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향후 5% 이상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미스트라 일렉트릭 스펙과 가격 등을 확정하고 이달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미스트라 일렉트릭은 중국 현지 전략형 준중형 세단 '미스트라'의 개조형 전기차 버전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크게 뒤진 현대차 입장에서 미스트라 일렉트릭은 올해 판매 반전을 꾀할 핵심 신차다. 이보다 앞서 현대차는 중국에 라페스타(준중형)와 엔씨노(국내명 코나) 전기차 버전을 판매해 왔지만 시장 존재감은 미미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라페스타 일렉트릭 1416대, 엔씨노 일렉트릭 578대에 그쳤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지난해 베이징현대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5300여대다. 연간 130만대가 팔리는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0.5%에도 못 미친다. 올해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은 180만대 이상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스트라 일렉트릭은 올해 판매를 견인할 간판 전기차다. '아이오닉5'와 같은 전용 전기차 대신 파생 전기차 미스트라 일렉트릭을 주력 모델로 택한 것은 그동안 쌓아 온 높은 인지도와 가성비 때문이다.
미스트라는 2013년 1세대 출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72만대가 팔릴 정도로 중국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베이징현대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지난해 9월 2세대로 완전변경을 거치며 디자인과 안전·편의 장비 등을 한 차례 개선했다.
보조금 지급 기준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기준으로 차량가격 30만위안 이하에서 주행거리 300㎞ 이상 모델에만 보조금을 준다. 300~400㎞ 1만3000위안(약 225만원), 400㎞ 이상은 1만8000위안(312만원)이다.
세일즈 포인트는 가성비다. 미스트라 일렉트릭의 보조금(1만8000위안) 적용 후 가격은 17만8800~20만3800위안(3100만~3500만원) 수준이다. 미스트라 가솔린 가격(2300만~2600만원)에 800만원만 추가하면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 베이징현대의 자체 보조금 5000위안(90만원)까지 합하면 구매금액은 더 낮아진다.
여기에 역대급 구매 혜택도 제공한다. 자체 보조금 이외에도 평생 무료 유지 보수(첫 번째 소유자 해당), 개인 충전 솔루션 제공, 블루링크 인터넷 서비스 3년 무제한 제공 등을 구매 조건으로 내걸었다.
미스트라 일렉트릭은 56.5㎾h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완충 시 520㎞(유럽 NECD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지난해 2세대로 완전변경을 하면서 상품성도 크게 개선됐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 중국 내 생산 라인을 사용해야 하는 점과 향후 전용 플랫폼 적용에 따른 생산 단가 상승 문제까지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미스트라 일렉트릭에 이어 이달부터 전 세계에 판매할 아이오닉 5도 하반기 중 중국에 진출한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 반등을 위해 현지 업체인 CATL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용 플랫폼(E-GMP) 기반 현지 전용 차종도 이르면 올해 안에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그동안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CATL과 전략적 관계를 맺어 왔다. 미스트라 일렉트릭으로 가격경쟁에 뛰어들고, 아이오닉 5로 브랜드를 제고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미스트라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5가 출시되면 베이징현대 신에너지차 라인업은 현재 4종(BEV 2종, PHEV 2종)에서 6종으로 확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스트라 일렉트릭은 적정 가격에 기존 모델보다 긴 주행거리 등 상품성을 크게 높였다”면서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어 가격 측면에서도 중국 내수 브랜드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