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웹소설, 동영상서비스(OTT), 음원 등 디지털콘텐츠 산업이 떠오른다. 만화, 소설, 지상파·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음반 등 전통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인터넷 위에서 수조원 짜리 비즈니스로 날개를 펴고 있다.
정보통신신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만화시장 규모는 2017년 9억1200만 달러(1조2000억원)에서 2022년 13억 4500만 달러(1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3년 약 100억원에서 2018년 약 4000억원으로 40배 커졌다. 성장세를 감안하면 지난해 국내 웹소설 시장만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이끄는 글로벌 OTT 산업은 이미 황금어장 반열에 올라섰다. PwC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OTT 매출액은 2012년 이후 연평균 21.6%씩 성장해 2021년에는 367억 달러(41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웹툰, 웹소설, OTT 성장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은 세 분야가 연결돼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웹툰으로 흥행한 작품은 OTT용 드라마나 웹소설로 확장한다. 지식재산권(IP)의 힘이 거세다. 드라마, 영화가 웹툰이나 웹소설로 재해석 되는 일도 흔하다. 2010년 이후 웹툰, 웹소설, OTT는 사실상 단일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음원 산업에서 케이팝이 차지하는 지분도 커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케이팝 열풍이 세계를 강타할 정도다.
글로벌 1위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이 회사가 2014년 케이팝(K-pop) 허브 플레이리스트를 처음 선보인 이래, 케이팝 이용자 청취 비중은 2020년 말까지 2000% 이상 증가했다. 스포티파이 안에서 케이팝은 1800억분 이상 스트리밍되고, 1억2000만개 이상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됐다. 스포티파이는 러시아, 인도, 브라질, 중동 등을 포함해 세계 64개국에 케이팝 허브 플레이리스트를 현지화했다.
케이팝의 성공은 곧바로 OTT에도 영향을 준다. 공연, 굿즈 중심으로 펼쳐지던 비즈니스 무게 추가 빠르게 온라인으로 옯겨가고 있다.
1월 31일 블랙핑크가 출연한 유튜브 유료공연 'YG 팜 스테이지 더 쇼(THE SHOW)'는 28만명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했다. 이날 YG엔터테인먼트와 유튜브가 올린 입장권 매출만 100억원 가량이고 굿즈 판매까지 합치면 150억원 전후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넷플릭스 역시 지난해 블랙핑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Blackpink: Light Up the Sky)를 제작해 글로벌 시장에 공개했다. 이미 하나의 산업이 된 방탄소년단 외에도 케이팝 아티스트의 글로벌 진출이 속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글로벌 웹툰·케이팝 분야를 이끄는 플랫폼 사업자다. 독보적인 콘텐츠 제작·유통 능력을 앞세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콘텐츠 조직은 2010년을 전후해 한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쳤지만 2015년 이후 미국,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일구며 글로벌 진출 초석을 다지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막강한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서구권시장 까지 공략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모 회사와 독립적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독자 상장을 추진하는 등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네이버
네이버 웹툰 사업은 글로벌 1위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웹툰 글로벌 거래액은 8200억원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7200만명이다. 네이버는 올해 초 6500억원을 들여 글로벌 1위 웹소설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해 영향력은 더욱 넓힐 것으로 보인다.
불투명했던 실적도 점점 개선되는 추세다. 2017년 340억원 규모던 네이버웹툰 매출은 2019년 1610억원으로 약 5배 증가했다. 2017년 380억원이던 영업손실 규모는 2019년 207억원으로 줄었다. 증권가는 네이버웹툰 매출을 2020년 2460억원, 2021년 3390억원으로 전망했다.
네이버는 미국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웹툰 비즈니스를 재편하고 있다. 미국 증시 상장 등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북미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이미 안정적인 토대를 확보한 동아시아 3국인 한국(웹툰엔터테인먼트코리아), 일본(라인디지털프론티어), 중국(와통엔터테인먼트) 등의 법인이 뒷받침하고 있다.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미에서 디즈니, 마블 같은 글로벌 IP와 접점을 만들 수 있고 넷플릭스 같은 OTT와 협력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최근 케이팝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최근까지 국내 3대 케이팝 기획사에 지분을 투자하며 파트너 관계를 확보했다.
네이버는 2017년 빅뱅, 블랙핑크 IP를 보유한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 YG인베스트먼트판드에 각각 500억원을 투자했다. YG엔터테인먼트 지분 9.13%를 확보했다. 2020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SMEJ Plus와 미스틱스토리, 콘텐츠펀드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들어서는 빅히트 자회사 BeNX 지분 49%를 4119억원에 사들였다. BeNX는 방탄소년단 커뮤니티가 중심인 위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다.
네이버는 영상플랫폼을 케이팝과 접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네이버는 1월 빅히트 자회사 비엔엑스에 총 4118억원을 투자해 지분 49%를 인수하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빅히트가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흡수하는 방식이다. 비엔엑스가 운영하는 팬 커뮤니티플랫폼 위버스와 브이라이브간 시너지가 예상된다. 브이라이브는 지난해부터 언택트 공연 등 케이팝 관련 비즈니스를 전개해왔다.
카카오
카카오는 일본을 중심으로 콘텐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본 1위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전면에 내세운다.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 픽코마가 중심인 카카오 유료 콘텐츠 부문은 지난해 5164억원 매출을 올렸다. 콘텐츠 부문 매출의 25% 정도를 차지한다. 게임사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성장세가 뚜렷하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재팬 4분기 거래액은 1403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면서 “(픽코마) 작년 한 해 전체 거래액은 188% 성장한 4146억원을 기록해 지난 7월 이후 일본은 물론 글로벌에서 매출 1위의 디지털 만화 앱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카카오페이지 역시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 유통을 글로벌로 적극 확대한 결과 IP 통합 거래액은 전년 동기대비 76% 성장한 1576억원을 기록했고, 연간 거래액 또한 지난해 대비 64% 성장한 528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픽코마 선전에 힘입어 카카오재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부터 매분기 흑자 행진이다.
카카오 콘텐츠 전략은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를 웹툰, 웹소설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에 적합한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카카오는 최근 1~2년간 카카오M 산하로 연계 기획사와 제작사를 다수 인수했다. PD, 배우 등 자체 제작역량을 갖췄다. 웹툰과 웹소설을 영화나 드라마로 영화나 드라마를 웹툰이나 웹소설로 언제든 확장할 수 있다.
화룡점점은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지 합병과 상장이다. 카카오는 이달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지를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연매출 1조원, 8500개 원천 스토리 IP를 보유한 국내 최대 IP,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거듭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증권가가 바라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가치는 약 7조원으로 방탄소년단 기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필적할 전망이다. 상장 이후에는 '슈퍼 IP'를 발굴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합병을 통해서 그동안 두 회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기반을 다져온 IP 비즈니스 역량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결합시켜 IP 비즈니스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 가치 전체를 아우르는 독보적인 밸류체인(가치 사슬)을 구축하고자 한다. 합병 이후에는 생태계 간 본격적 시너지를 창출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겠다.
여민수 대표는 “합병을 통해 그동안 두 회사가 각자 영역에서 기반을 다져온 IP 비즈니스 역량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결합시키고 IP 비즈니스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 전체를 아우르는 독보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할 것”이라면서 “합병 이후에는 생태계 간 본격적 시너지를 창출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향하는 콘텐츠 사업 목표의 공통점은 '글로벌'이다. 네이버는 미국을, 카카오는 일본을 세계시장 공략 전초기지로 삼았다. 이들의 목표는 관련 회사들이 상장을 준비 중일 정도로 무르익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흥행 산업이다. 방탄소년단이 그러했듯 자본과 노하우가 쌓이면 순식간에 글로벌 IP를 확보할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웹툰 사업에서 글로벌 흥행이 가능한 IP와 창작자, 아티스트를 꾸준히 모으고 있다.
지난해 야후재팬과 경영통합을 위해 일본증시에서 내려온 라인의 기업가치는 우리 돈으로 13조원에 달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콘텐츠 사업에서 '제2의 라인 신화'를 노리고 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