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이 발광다이오드(LED) 광신호를 이용해 다양한 진동 자극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위치에 따라 다른 촉감을 낸다. 자동차, 전자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쓸 수 있을 전망이다.
관련 논문이 지난달 10일 미국 화학회(ACS) 주요 학술지(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고 3일 밝혔다.
햅틱 기술은 촉각으로 사용자와 교감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진동뿐 아니라 가전, 의료기기, 게임 등 적용 분야가 많아지면서 정밀성과 안전성을 갖춘 기술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스마트폰 등은 모터에 달린 무게추 움직임으로 진동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기 전체에 동일한 진동이 전달돼 부분별 세밀한 촉감은 구현할 수 없다. 최근 레이저를 이용해 순간 온도 변화에 따른 충격파로 진동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레이저 가격이 비싸고 소형화도 어려워 상용화가 요원하다.
ETRI 기술은 손가락 위치별 다른 진동이 느껴지도록 한다. 여러 손가락을 동시에 활용하는 환경에 최적화됐다.
저출력 광신호를 진동 변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격이 고가 레이저 광원 대 1만분의 1에 불과한 소형 LED를 여러 개 사용, 독립된 진동을 내는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다.
빛에너지를 흡수해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광-열 변환층 코팅 특수 필름에 빛을 쬐면 소재 열팽창률에 따라 필름이 변형·회복되면서 진동하는 식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1㎠ 단위 9개 구역을 가진 3x3 형태 LED 배열을 만들었다. 각 구역에서 넓은 주파수 대역의 정밀한 진동 표현이 가능하다. 향후 대면적화도 가능하다.
필름층에 전기적 구조가 포함되지 않아 내구성이 우수하며 얇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 쉽다. 유연 소자 분야 융합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 기술은 자동차 전장에 활용 가능하다. 자동차 전장은 터치스크린 하나에 네비게이션, 미디어, 공조 등 여러 제어기능이 통합되는 추세인데 다이얼을 돌리거나 버튼을 누르고 화면을 미는 등 촉감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다.
시청각장애인용 정보 전달 기기에 접목해 점자를 보완하는 대안 기술로도 활용 가능하다. 연구진은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 노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형철 휴먼증강연구실장은 “많은 정보를 촉감으로 전달할 수 있는 원천 기술로 실용화 연구를 통해 시각장애인 등 정보 취약계층 지원에도 널리 쓰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빛에너지에서 진동으로의 변환 효율을 높여 사람이 느끼기에 충분한 세기의 진동을 만들면서도 전력 소모를 줄이는 후속 연구를 계획 중이다.
이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간 중심의 자율지능시스템 원천기술 연구' 사업 일환으로 연구됐다. 연구진은 본 기술과 관련해 10편의 논문 및 7건의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