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볶음밥'이 이겼다

[사설]'볶음밥'이 이겼다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서 신승했다.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나경원 후보와 박빙이거나 근소한 차이로 질 것이라는 예측을 뒤집었다. 국민의힘은 오 후보가 41.64%를 득표해 승리했다고 밝혔다. 오신환 후보는 10.39%, 나경원 후보는 36.31%, 조은희 후보는 16.47% 득표율이었다. 나 후보와 조 후보는 당내 경선 룰에 따라 여성 가산점을 받았다. 오 후보와 나 후보의 격차는 5% 안쪽이지만 여성 가산점인 득표수의 10%까지 감안하면 10% 이상 벌어지는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 수락 연설에서 “서울시민에게 감사하다”면서도 “격려와 함께 더 매섭게 질책하신 신뢰를 보내 주신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 후보의 승리는 표심의 향방을 보여 준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경선후보 선정 방식을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진행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평범한 서울시민에게 평가를 물은 것이다. 중도가 대거 움직였음을 보여 준다. 나 후보가 보수의 선명성을 기대했다면 오 후보는 중도 확장성에 승부를 걸었다. 나 후보가 짜장면을 보수, 짬뽕을 진보로 비유하며 “짜장이든 짬뽕이든 잘 만들어야지 섞어 버리면 이도 저도 아니다”라고 할 때 오 후보는 “나 같은 볶음밥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중도 표심에서 우위를 보인 오 후보가 본선 경쟁력이 있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최종 선거도 중도 부동층에서 갈릴 가능성이 짙다. 중도의 속성은 무색무취다. 이념은 중요치 않다. 색깔에 따라 선택하기보다는 인물과 공약을 먼저 따진다. 시장직을 맡았을 때 시정을 무난하게 이끌지를 우선 고려한다. 속된 비유로 '잘하는 게 우리 편'이라는 입장이다. 겉으로는 선명할수록 눈에 확 들어온다. 정치권도 불분명한 회색보다는 확실한 우리 편에 더 신경 쓴다. 일반적인 선거전략이 산토끼보다는 집토끼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표심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최종 결정에서는 합리적이고 믿음을 주는 인물에 표가 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더욱 그렇다. 색깔·진영과 같은 곁가지보다는 서울시장 역할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후보가 결국 당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