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1990~2010년 약 20년 동안 살아남은 기업은 3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략컨설팅 기업 액센추어는 2020년대에는 기업의 평균 수명이 10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른바 '잘나가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장수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 혁신에 따른 디지털 시대인 지금 기업은 기술력이나 제품력만으로는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은 코로나19와 더불어 저출산, 저성장 등 경제 위기와 침체로 대변되는 뉴노멀(새로운 표준) 시대가 아닌가.
이에 따라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현재 차원에서 미래를 바라보고 예측해서 만드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 디자인 싱킹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미래는 사전상 지금 이후의 도래하지 않은 시간 개념이다. 즉 과거, 현재 대비 인간의 힘으로 '변화 가능한 시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가능한 미래의 특성은 물리학, 경제학, 철학, 사회학, 공학, 정보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특히 심리학에서는 불확실성이라는 단어와 연계, 사람마다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불안감이나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 및 성향과 연결되기도 한다.
이러한 미래의 특성은 모호함을 새로운 가능성과 의미로 발전시키는 디자인 싱킹 속성과도 맞닿아 있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 싱킹 활성화를 선도하고 있는 래리 라이퍼 미국 스탠퍼드대 디스쿨 교수는 디자인 싱킹을 위해서는 “모호성과 함께 춤출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제 해결 과정의 불확실함과 모호한 상황을 즐기는 한편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과정 내 결과가 실패로 나오더라도 그것은 결과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위한 또 다른 의미로 활용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와 유사한 의미로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 기업 IDEO의 팀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도 중요한 언급을 했다. 브라운 CEO는 실패를 문제 해결의 실패로 종결짓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단계로 인식해서 학습하고, 새로운 통찰력을 얻는 시험 과정으로 이해하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디자인 싱킹은 문제 해결 방법이기 이전에 진짜 문제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뻔하게 보이는 결과를 뻔하게만 바라본다면 아무런 가치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불확실하고 모호하다고 느껴지는 감정을 당연하게 인지하고, 이를 충분히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와 마인드셋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디자인 싱킹은 미래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대상자에 대한 공감 사고 기반으로 수많은 가설을 세워서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해 가며 새로운 결과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의 우리가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안해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화심리학자 헤이르트 홉스테더는 이러한 우리의 근본 문제는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다루는 방법이라고 했다. 미래를 통제하려고 노력할 것인가, 그냥 일어나도록 놓아둘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앞에 놓인 모든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미래는 유일하게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는 시간이니 오늘의 실패가 두려워서 불확실성을 회피하기보다 디자인 싱킹을 통해 실패를 감안하고 함께 도전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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