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지만 청년들 마음은 아직 냉랭한 겨울이다.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거나 불안한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5~35세 미만 청년층의 1월 취업자 수는 364만명으로 전년 대비 31만4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해도 감소 폭이 커졌다. 청년 실업률은 9.0%라지만 실제 체감률은 그보다 훨씬 높은 25.1%로 130만명에 이른다.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실업 상태인 셈이다. 군인, 가정주부 등을 포함한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그냥 쉬었음'으로 답한 인구도 지난 1월 49만5000명에 이른다. 전년 대비 11만1000여명 증가했다.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인구가 증가한 것이다.
일자리 시장에서 고졸 취업 수요도 감소하면서 지난해 직업계 고교 졸업자 9만명 가운데 2만5000명인 27%만이 취업에 성공했다. 또 2만4000명은 미취업 상태다.
이처럼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은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실제 지난해 음식업종과 숙박·항공 등 중심으로 서비스업 취업자가 60만4000명 줄었고, 제조업에서도 일자리가 11만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고용 시장을 얼려 놓았다.
물론 청년 고용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코로나19 외에도 기업들의 고용 형태 변화도 한몫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대기업은 정기 공개 채용을 바꾸고 있다. 정기 공채를 해 온 현대그룹이 지난 2019년부터 수시채용으로 바꿨고, LG와 KT 등 대기업은 지난해부터 수시채용으로 바꿨다. SK그룹도 내년부터 수시채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직무 중심으로 사람을 채용하다 보니 경험이 없는 학생이나 미취업자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 배경이다. 경력직에 밀려 학생과 미취업자는 발붙일 공간이 줄어든 것이다.
취업을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청년들로서는 취업 준비 외에도 소득이 없어 여건이 열악한 편의점·음식점 아르바이트나 플랫폼 노동자 등 임시 일자리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면 서비스 업체가 침체를 겪으면서 임시 일자리마저 사라지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정부는 최근 청년실업 대책으로 공공 일자리 대책을 내놓았다. 공무원 신규 채용을 2만9000명 늘리고 공공기관 신규 채용도 2만6000명을 늘리는 등 공공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또 미취업자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디지털 일자리도 6만개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물론 공무원과 공공기관 인력을 늘리면 당장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늘어난 공무원 정원은 일거리가 없다고 줄일 수도 없는 비탄력 요소다. 이는 앞으로도 고용과 재정에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 된다.
가뜩이나 '소득 주도 성장'이란 이름으로 어려워진 신규 일자리는 감소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민간 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고용영향평가센터에서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산업 연구개발투자 고용영향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 해당 분야에서 신규 고용이 늘어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5년 동안 투입된 소부장 품목 R&D 과제 관련 예산을 이보다 늘리면 1만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해당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20~30대 청년에 수요가 많은 분야다. 정부가 미래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전기, 전자, 화학, 기계 등 제조업 기술 개발에 R&D 과제를 늘리면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시나리오다. 제조업 R&D 투자는 수출과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고, 이는 근로자 소득 증대와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미래 기술에 투자해야 답이 있다는 얘기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