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업체의 물류와 배송 경쟁력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시장 성장에 속도가 붙자 투자를 통해 물류·배송 경쟁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베이코리아도 매각 이슈가 나온 가운데 스마일배송 등 물류시스템이 강점이라는 평가를 얻는다. 업계에서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향후 3년 내 도래할 것으로 내다본 '물류전쟁'이 예상보다 일찍 가시화했다고 분석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e커머스업계에서 자체 물류 시스템을 보유한 e커머스 업체들의 기업가치가 높게 나온 가운데, 다른 e커머스 업체들도 물류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판 아마존 풀필먼트서비스(FBA) 업체가 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했다.
이베이코리아는 무리한 외형 확장 대신 효율을 추구하면서도 아마존 FBA와 유사한 다양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동탄, 백암, 인천에 물류센터 3곳을 운영한다. 동탄은 '스마일배송', 백암에서는 '스마일배송 멀티채널', 인천에서는 국내 브랜드·중소업체의 해외 배송을 담당한다. 또한 파트너십을 통해 '냉장·냉동' '신선식품' 물류 협업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스마일배송은 콜드체인 역량이 있는 전문 물류업체와 협업해 일부 냉장식품을 유통하고 있다. G마켓에서는 홈플러스·GS슈퍼·롯데슈퍼가 입점해 '당일배송'서비스를 제공한다. 거주지와 가까운 곳의 마트 중 골라서 원하는 시간에 장보기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쿠팡이 지난해 7월 시작한 '로켓제휴'도 아마존 FBA와 비슷하다. 로켓제휴 서비스를 이용하는 오픈마켓 판매자는 쿠팡이 예측한 수요를 바탕으로 전국 150여개 물류센터에 제품을 입고하면 된다. 이후 배송과 반품, 소비자 응대는 모두 쿠팡이 대행한다. 쿠팡이 가격과 물량을 결정하는 '로켓배송'과 달리 판매자가 원하는 대로 가격을 책정하고 입고 물량을 정할 수 있다. '로켓배송'처럼 당일이나 다음 날 배송이 이뤄진다.
네이버는 직접 보유한 물류 인프라는 없다. 그 대신 여러 물류 업체에 투자하고 동맹을 맺어 가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CJ대한통운과는 지분을 교환하며 2대 주주가 됐다. 또한, 콜드체인과 이륜차 배송망을 보유한 물류업체 메쉬코리아의 최대주주다.
11번가는 오토바이 배송 스타트업인 바로고에 지분 투자했다. 바로고는 전국 오토바이 배송라이더들을 화주와 연결해주는 근거리 물류 플랫폼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우정사업본부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체국과 업무협약을 통해 우체국이 갖춘 전국 배송 인프라를 활용한 '오늘 발송' 서비스는 1분기 안에 시작한다. 우정사업본부의 대전우편물류센터가 당일 마감 상품의 입고·보관·출고·배달·재고관리까지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 마켓컬리도 신선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자체 배송망을 활용해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 다지기에 한창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자체 온라인몰 배송 강화에 나섰다. SSG닷컴은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앞세워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현재 110여개 PP센터(피킹&패킹 센터)를 확대하고, 경기도 용인과 김포 등에 있는 네오도 2023년까지 7곳을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롯데온은 물류 스타트업 피엘지(PLZ)와 제휴해 서울 잠실지역에서 '2시간 배송' 등을 테스트 중이다. 신세계와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어 성사될 경우 물류 시너지도 기대된다.
유통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물류 인프라 확대가 자칫 영업손실 원인이 된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물류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며 “단순한 서비스 개선보다 고객을 늘리거나 수익을 낼 수 있는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배송 서비스(자료:업계 종합)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