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 입성을 앞둔 쿠팡 기업가치가 72조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아시아 기업 중 네 번째로 큰 규모이자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 공모다. 2010년 스타트업 포워드벤처스로 출발한 쿠팡이 11년 만에 글로벌 유통 기업으로 뉴욕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쿠팡은 기업공개 대상인 1억3000만주(클래스A 보통주)에 대한 공모가격을 주당 35달러로 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전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상향 제시한 공모 희망가 범위(32~34달러)보다 높다. 공모가 기준 쿠팡의 기업가치는 630억달러(약 71조8000억원)에 육박하며, 최대 45억5000만달러(약 5조1700억원)를 조달하게 된다.
쿠팡은 국내에서만 사업을 전개했지만 미국에서 기업공개(IPO) 흥행에 성공했다. 그만큼 높은 성장 잠재력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161조원에 달하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보여준 가파른 성장세가 흥행 비결”이라면서 “강력한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에 현지 기관투자가들이 호응했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 13조2500억원(약 119억70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90.8% 성장했다. 영업손실은 5800억원(약 5억3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으로 쓴 5000억원 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익분기점(BP)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지난해 3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도 투자자들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도입 이후 물류센터 인프라와 배송 인력 확충 등에 대규모 투자하며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에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지난해 쿠팡 이용자 수는 1480만명에 달한다.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꿈꾼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이상향이 현실이 됐다.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5조원에 달하는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쿠팡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물류 인프라와 제품군, 마케팅, 서비스 강화 등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당장 '배송 전쟁'에서 격차를 벌이기 위한 풀필먼트 사업에 집중 투자가 예상된다. 우선 8억7000만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서울을 제외한 전국 7개 지역에 풀필먼트(보관·포장·배송·재고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쿠팡은 현재 전국 70%인 로켓배송 지역을 100%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물류센터 외에도 쿠팡이츠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자체 브랜드(PB) 상품 강화 등에 대한 투자도 지속할 전망이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가져가기 위한 인수합병(M&A) 여지도 열어뒀다.
쿠팡 공모 흥행으로 주요 주주도 돈방석에 올랐다. 쿠팡의 최대 주주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로 지분 39.4%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그린옥스캐피털(19.8%), 매버릭홀딩스(7.7%) 등이다. 개인 최대주주는 그린옥스캐피털 창업자이자 비상임이사인 닐 메타(19.8%)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쿠팡 지분 가치는 이번 공모가 확정에 따라 약 208억달러(약 23조6000억원)에 달한다. 투자금의 7배에 달하는 수익을 회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창업자 김범석 의장의 지분율은 10.2%이지만 주당 의결권이 보통주(클래스A) 29배에 달하는 클래스B 주식을 100%를 보유해 의결권이 76.7%다.
임직원들도 스톡옵션으로 잭팟을 터트렸다. 쿠팡 직원 스톡옵션 행사가는 평균 1.95달러다. 상장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한국판 아마존'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전망”이라면서 “쿠팡의 성공적 뉴욕 증시 입성으로 국내 e커머스 시장 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