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기판 사업에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해 투자한 신공장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또다시 증설 투자에 나섰다. 반도체 호황으로 주문이 몰리는 데 따른 공격 투자로, 대덕전자가 고부가 사업인 반도체 중심 기업으로 거듭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덕전자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능력 강화를 위해 7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 단행한 900억원에 이은 FC-BGA 추가 증설 투자다.
대덕은 본사가 있는 시화공장에 신규 FC-BGA 라인을 구축 중이었다. 새로운 설비가 가동되기도 전에 증설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이례적이면서도 공격적인 행보다. 지난해 단행한 900억원도 회사 설립 이래 가장 큰, 역대 최대 규모 투자였다.
대덕전자가 발 빠른 증설에 나선 것은 수요가 급증에 따른 공급 부족이 예상돼서다. FC-BGA는 반도체칩과 기판을 볼 형태의 범프로 연결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뜻한다. 이 기판은 주로 PC, 서버,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AI 등에 탑재되는 비메모리 반도체, 즉 CPU나 GPU 같은 시스템 반도체에 쓰인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활동 증가로 PC, 서버, 데이터센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국내 PC 출하량은 2013년 이후 7년 만에 처음 500만대를 넘어섰다. 서버, 데이터센터도 온라인 교육,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의 영향으로 증설이 한창이다.
이에 FC-BGA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뒤따르질 못하고 있다. FC-BGA 제조 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비덴, 신코덴키, 삼성전기 등 세계적으로 10여개 업체만 FC-BGA를 공급하고 있다.
대덕전자 관계자는 “시장 수요 급증과 비메모리 반도체의 중장기적 공급 부족이 예상돼 물량증가를 적시에 대응하기 위해 7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며 “비메모리 기판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덕전자는 당초 FC-BGA 양산이 본격화되면 연간 1500억~2000억원대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 변화로 2023년 2000억원 이상을 조기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덕전자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은 그동안 메모리 중심이었는데, 비메모리 기판이 빠른 성장 가능성을 보여 주목된다.
국내 대표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대덕전자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을 중심의 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스마트폰 메인기판으로 쓰이는 고밀도회로기판(HDI) 사업에서 철수했고, 메모리용 기판에 이은 비메모리 기판 사업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통신장비용 PCB인 다층인쇄회로기판(MLB)도 안정적 수익기반 확보를 위해 공정효율화와 고부가 제품 확대에 주력하는 중이다.
대덕전자 관계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기술의 진화로 성장을 거듭하는 전장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하반기 전장용 비메모리 시장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면서 “'책임경영과 가치창출'이라는 경영방침 하에 지속성장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