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는 쿠팡이 주식 공모 희망가를 주당 32~34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상장 시 최대 66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총 1억200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 희망가를 높였다. 이전투자설명서에 제시된 주당 공모 희망가 27~30달러에서 4~5달러를 상향 조정했다. 공모 희망가 최고가인 34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쿠팡은 최대 40억8000만달러(약 4조6451억원)를 조달하게 된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쿠팡의 기업 가치는 580억달러(66조원)에 이른다.
쿠팡은 상장을 통해 8억7000만달러를 투자, 수년 안에 7개 지역에다 풀필먼트 센터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2025년까지 5만명의 신규 고용도 제시했다. 엔지니어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의 채용도 늘릴 방침이다.
골드만삭스, 앨런앤드컴퍼니, JP모건체이스가 상장 주관사를 맡는다. 공모가는 10일(현지시간) 확정되고, 11일 NYSE에 종목 코드 'CPNG'로 상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상장 후 지분율은 10.2%다. 이날 상향 조정된 공모 희망가 기준으로 김 의장의 지분 가치는 6조7350억원이다. 주당 29배의 차등의결권이 주어지는 클래스B 주식을 전량 보유, 76.7%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클래스A와 클래스B를 모두 감안한 상장 후 지분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 33.1%, 미국 벤처캐피털인 그린오크스 16.6%, 그리오크스 창업자인 닐 메타 16.6%, 김범석 의장 10.2% 순이다. 쿠팡의 구상대로라면 손 회장은 투자금(30억달러)의 6배(192억달러) 이상을 회수하게 된다.
임직원도 자사주와 스톡옵션 기대치가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6570여만주가 스톡옵션으로 부여됐다. 스톡옵션 행사가는 평균 1.95달러다. 상장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만하다. 또 쿠팡이 현장 직원에게 1인당 약 2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주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34달러 기준으로 할 때 주식 부여 시점으로부터 2년 이상 근무한 현장 직원들은 1인당 68주 안팎의 주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은 국내 매물로 나온 이베이나 요기요의 기업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이 66조원까지 몸값이 올라간 만큼 연간 거래액(GMV) 기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이베이코리아의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베이코리아 기업 가치는 4조~5조원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쿠팡의 GMV는 약 24조원이다. 기업 가치 추정에 쓰이는 GMV 배수가 2.5~2.7배다. 이베이코리아는 0.25배로 약 10배 차이가 난다. 최근 e커머스 업체의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서 삼성증권이 네이버커머스 기업 가치를 29조원으로 전망했다. GMV 배수를 0.8배 적용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이베이코리아 몸값은 13조6000억원까지 오른다.
요기요 몸값은 2조원대로 추정된다. 쿠팡이 4조6000억원대 실탄을 보유하면 요기요 인수에도 무리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쿠팡이 요기요를 인수하면 '쿠팡이츠'와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쿠팡은 상장 조달 자금으로 물류와 인원 충원에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은 이베이와 요기요의 매각가격은 물론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티몬 및 11번가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과 협력하는 코리아센터 등 e커머스 업체들도 주목받는다. 코리아센터는 '플레이오토' 서비스로 '쿠팡 마켓플레이스' 연동을 협업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향후 투자 방향은 공식적으로 밝힌 대로 이행할 예정”이라면서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인수 등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
-
김정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