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그래도 게임은 자율규제다

[기고]그래도 게임은 자율규제다

최근 게임산업계 차원의 자율규제 대상인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의 법적 규제 문제를 두고 각계에서 논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표 게임기업 중 하나인 넥슨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게임산업계 자율규제 강령에 따라 공개해 왔던 유료 캡슐형 아이템에 더해서 '유료 강화·합성'의 확률도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이용자들이 아이템의 확률을 검증할 수 있는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올해 안으로 도입한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자율규제'다.

넥슨이 발표한 자율규제 강화 방안은 현재 게임산업계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율규제를 넘어 그 범위를 확대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용자에 의한 직접적인 검증시스템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거의 '파격'에 가깝다.

넥슨이 경영정책에 대한 이용자 비판과 사회적 문제 제기에 대한 대응 및 수용 차원에서 신속하게 스스로 자율규제를 확대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신속성과 유연성이 바로 법적 규제가 갖지 못하는 자율규제의 장점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자율규제는 개별 사업자 차원의 자율규제와 산업계 차원의 자율규제로 구분된다.

개별 사업자 차원의 자율규제는 자신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각 사업자 고유의 경영 철학이나 경영 전략에 따라 스스로 규제기준을 설정해서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계 차원의 자율규제는 개별 사업자를 넘어 산업계 전체가 합의해 공통 규제기준을 설정하는 것을 뜻한다. 산업계의 모든 개별 사업자가 이 자율규제 기준을 준수하도록 한다.

대개는 산업계 차원의 자율규제 기준이나 높이에 맞춰 개별 사업자 차원의 자율규제가 이뤄진다. 하지만 개별 사업자별로 경영철학이나 경영전략에 따라, 혹은 사회적 책임 이행의 차원에서 산업계 차원의 자율규제 기준이나 높이 이상으로 자신의 자율규제 수준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산업계 차원의 자율규제 기준이나 높이 이상의 개별 사업자 차원의 자율규제가 시장에서 보편성을 획득하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산업계 차원의 자율규제 기준이나 높이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개별 사업자 차원의 자율규제와 산업계 차원의 자율규제는 상호 보완적 관계다.

사회와 역사 발전은 '작용'과 '반작용'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 사업자의 비즈니스 운영정책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와 비판이 '작용'에 해당한다면 이번에 넥슨이 발표한 자율규제 강화 방안과 같이 사회적 문제 제기와 비판에 대한 게임 사업자의 호응은 '반작용'에 해당한다.

이 같은 작용과 반작용이 원활하게 작동할수록 사회와 역사의 발전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게임 규제 영역에서도 규제 시스템이 보다 선진화되고 규제 문화가 보다 성숙해질 것이다.

물론 개별 사업자마다 특수하고 고유한 사정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특정 개별 사업자의 정책을 다른 사업자에게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특히 개별 사업자가 다양한 비즈니스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게임산업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특정 개별 사업자의 정책을 무조건 다른 사업자에도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국내 게임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고 게임산업의 성장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넥슨이 결정한 자율규제 확대와 강화가 다른 개별 게임 사업자들에게도 다양한 방식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이번 움직임이 게임 산업계 차원의 자율규제가 확대 및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ghwang@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