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커머스 산업의 '새 판짜기'가 한창이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시에 입성하면서 대규모 투자금액을 확보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새로운 주인을 공개적으로 찾고 있다. 네이버는 CJ에 이어 신세계까지 손잡고 활동 반경을 넓히려 한다.
이들 온라인쇼핑 '빅3' 외에 카카오도 호시탐탐 e커머스에서 도약할 기회를 노린다. 11번가와 티몬도 상장까지 염두에 두고 다양한 시도를 늘리고 있다. 오프라인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 전략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위에 언급한 많은 내용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 e커머스 역사의 큰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 같다.
쿠팡이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얼마나 인정받는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쿠팡은 72조원의 가치로 평가받으며 5조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물류 배송을 넘어 동영상 콘텐츠까지 투자할 재원을 충분히 확보한 셈이다.
쿠팡이 예상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매물로 나와 있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4조~5조원으로 평가받는데 쿠팡의 15분의 1 수준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새 판단이 나올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전자상거래 거래액이 27조원에 달해 쿠팡(21조원), 이베이(20조원)에 비해 앞서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CJ와 지분을 교환한 데 이어 이마트와도 주식 교환을 준비 중이다. 전통의 유통 강자와 혈맹을 맺었다. 막대한 오프라인 물류 투자비를 줄이면서 여러 사업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마트는 네이버와 협력으로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장점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다. SSG의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이마트는 어떤 식으로든 '퀀텀 점프'가 필요했다. 만약 네이버와 손잡은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한다면 신세계는 단번에 국내 e커머스 절대강자에 가깝게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인기는 이전보다는 분명히 올라갔다. '새 판짜기'가 한창인 가운데 게임의 판을 바꿀 거대 매물이라는 점이 매력이다. 현재 거래액 기준으로는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인수 여부에 따라 SSG나 카카오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일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카카오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핵심 후보군 가운데 하나다. 카카오는 메신저, 모빌리티, 금융 등에서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 왔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쇼핑에서 단번에 최상위권으로 올라설 방법은 인수합병(M&A)이다.
여기에 11번가, 티몬, 위메프도 있다. SK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아마존과 협력하는 11번가나 최근 3050억원의 신규 자금을 수혈한 티몬이 변두리 호족으로 만족할 리 없다. 이들을 매개로 한 M&A나 투자도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 e커머스는 이른바 춘추전국시대를 지나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협력이 반복되는 가운데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피아식별'조차 어렵다.
사실 우리나라 시장 규모에서 e커머스 사업자는 적지 않다. 그럼에도 자발적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시장 규모가 기대보다 항상 빠르게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시장 파이가 커지는 가운데 여러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분명한 점은 있다. 모든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승자독식'이 일반적이다. e커머스의 특정 업체 쏠림 현상도 점점 가속화될 것이다. 과거 중국에서 춘추전국시대를 결국 진나라가 통일했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는 누가 절대강자로 자리 잡게 될까.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