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방치 땐 뉴트리아·큰입배스 등 외래종 득세

생태연구원,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피해 연구집 발간

기후변화 방치 땐 뉴트리아·큰입배스 등 외래종 득세

온실가스에 따른 기후변화를 방치할 경우 21세기말에는 뉴트리아와 큰입배스 등 아열대종이 한반도 전역으로 퍼지고 다슬기, 재첩 등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생태계에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에 관한 연구 자료집을 공개했다.

연구는 기후변화가 우리나라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평가한 것이다.

국내에 서식하는 야생동식물 5700여 종, 내륙습지( 2500 곳, 수생태계 담수지역 800곳, 갯벌162개와 산림 6만㎢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21세기 말까지 '온실가스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와 '온실가스를 적극 감축할 경우 등의 두 가지 주요 시나리오를 적용해 우리나라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 피해상황을 진단했다.

그대로 방치한 경우는 1880년대 대비 4.5℃ 상승할 것을, 온실가스 감축은 1880년대비 2.9℃상승하는 것을 각각 가정했다.

먼저 온실가스 감축 없이 현재대로 배출될 경우 급격한 기온 상승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될 수 있는 생물종은 국내조사 자료가 확보된 전체 약 5700여 종 중 336종(약 6%)에 달했다.

이는 온실가스를 적극 감축할 경우에 비해 5배나 더 많은 수치다. 서식지 이동이 쉽지 않은 구슬다슬기, 참재첩 등 담수생태계에 서식하는 저서무척추동물종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은 주로 습지나 수생태계에서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 교란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온도상승은 아열대·열대 지방에서 유래된 뉴트리아, 큰입배스 등 외래종의 서식지가 확산될 수 있는 기후환경을 제공한다.

극한의 가뭄현상 발생건수도 증가시켜 내륙습지 소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온실가스 적극 감축 시 그 피해가 22개에 그치나 그렇지 않을 경우 657개 내륙습지가 소멸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약 30배의 차이다. 소멸 위험이 큰 습지는 무제치늪, 대암산 용늪 등과 같이 높은 지대에 위치해 물 공급이 제한적인 산지습지가 대부분이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연구는 기후변화에 대하여 생태계 피해를 중심으로 진단했지만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우리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관련 연구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