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한 국가의 혁신적 산업 발전에 근간이 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고속도로나 철도망 건설과 같은 교통망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서부 개발의 주역인 철도망 이외에도 1970년대 우리나라의 경부고속도로가 좋은 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의 수출금지와 중국의 한한령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에 직면하면서 '한국형 뉴딜'을 선포했다. 국가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중요한 정책적 방향 제시라 할 수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과거 산업 발전의 핵심은 체계적 교통망 확보라 할 수 있었으나 미래는 체계적 무선통신 네트워크망 확보가 그 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파가 바로 미래 핵심 교통망이며, 모든 산업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반 플랫폼 서비스를 포함한 사회 서비스망의 핵심 인프라다.
모든 생명체가 지구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기가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우리가 추구하는 한국형 뉴딜의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켜 선진 경제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전파'라는 보물을 잘 활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 디지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으로 부각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3차원(3D) 프린팅, 머신러닝, 초연결 에듀테크 산업,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 드론, 자율주행, 사이보그(로봇), 위성 산업 등도 전파 자원의 효율적 고속망 확보 없이 성공하기 어렵다. 또 이동통신 산업의 발전과 활용이 우리 국민에게 기여한 정신적·경제적·문화적·교육적 효과는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산업의 초창기였던 1980년대만 하더라도 남북 간 이데올로기로 인한 전파의 월북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무선주파수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단속했다. 전파 전문가 부족은 물론 전파산업 자체가 침체해 있었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업을 우리나라에서 한다는 것은 매우 큰 모험이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세계적 산업의 변화를 감지하고 전파 인력 양성사업을 진행했다. 1992년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활성화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정보통신부)가 전액 장학금과 전파 장비 지원을 한다는 조건으로 각 대학에 전파공학과를 신설했다. 장학금 지원과 고성능 장비 지원이라는 장점으로 인해 우수 인재 양성과 배출이 가능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했고, 5G 이동통신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쾌거를 이루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정부는 전파 자체의 소중함과 전파의 경제적 가치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2006년 과기정통부가 두 차례에 걸쳐 지원했던 '전파교육기반강화사업' 중단으로 우수 학생 지원 감소, 교육부의 학부(과) 통·폐합 정책에 따른 각 대학의 학과 통·폐합 등으로 '전파공학과'라는 학과명을 가진 대학은 급격히 감소했다. 2020년 현재 15개 대학에서 2개 대학만이 전파공학과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10년 뒤 전파산업 미래를 본다면 학문을 통한 기반 기술을 가진 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산업은 기술적 노하우가 없는 사상누각이 돼 글로벌 경쟁에서 풍전등화와 같은 신세가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우수인력을 양성하고 체계화된 전파 라이선스 제도 재정비를 통한 취업 안정성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 ICT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전파법 64조에서 근거한 인력양성사업의 적극 추진과 전파산업 진흥을 위한 초학제 간(Transdisciplinary) 융·복합 교육시스템의 혁신을 하루 속히 추진해야 한다. 이제는 기술 전공만이 아닌 라이선스를 가진 전파 융복합 전공자를 양성해 안전한 전파 고속도로망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뉴노멀 시대 국가 경쟁력은 디지털 전파 네트워크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고속망 확보라 할 수 있다. 미래산업으로 통칭되는 AI를 구축하고 자율주행을 실현하려면 지속적인 전파 자원과 장비의 개발이 되지 않고는 결코 1등을 할 수 없다. 인력 양성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의 노력과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파 뉴딜의 한 축이 될 전파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초학제 간 대학 인력 양성을 마련한다면 향후 전파 ICT 산업 활성화에 큰 초석이 될 것이다.
민경식 한국해양대 교수 한국전자파학회 명예회장 ksmin@km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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