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홍합접착단백질을 이용해 소변에 노출된 상황에서도 장기에 생긴 누공을 효과적으로 꿰맬 수 있는 혁신적인 방광 누공 치료기술을 개발했다.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차형준 화학공학과 교수가 김효정 박사(현, 한국화학연구원), 박태윤 박사 연구팀은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강석호 교수, 강북삼성병원 비뇨의학과 편종현 교수 연구팀과 함께 홍합단백질을 이용한 수중접착제를 개선하고, 이를 실제 방광 누공을 모사한 돼지 모델에 적용했다. 그 결과 봉합사를 이용한 기존 치료 방법보다 훨씬 간편하고 빠르게 누공을 폐쇄하며 치료 효과가 더 뛰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누공(fistula)은 혈관, 창자와 같이 두 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기관 사이에 생기는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구멍을 의미한다. 그중에서 방광은 주변으로 복강내 창자, 자궁, 질 등 다양한 장기와 접해 있어 누공이 발생하면, 분뇨 실금이나 방광 염증과 같은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현재는 방광 누공을 치료하기 위해 봉합사로 꿰매는 물리적 봉합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는 수술이 어렵고, 방광의 수축과 팽창이 반복되면 조직이 손상돼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
연구팀은 2016년 홍합접착단백질 상분리 현상을 이용한 제형을 만들어 혈액, 소변과 같은 체액에서도 분해되지 않고 우수한 수중 접착력을 가지는 수중접착제를 개발했다. 더 나아가 이번엔 임상으로 실제 적용을 위한 수중접착제 개선과 함께 방광 누공이 있는 돼지 모델로 실험했다.
연구팀은 요변성을 가지는 액체-액체 상분리 제형을 접착제 개발에 이용함으로써 얇은 주사기를 통해 고점도의 액상 접착제가 누공 부위에 정확히 전달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누공 폐쇄 이후에는 누공으로부터 흘러나오거나 탈락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은 수중 접착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용기인 카테콜의 함량을 최대로 높여 체액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더욱 안정적인 접착력을 가지는 것을 확인했다. 유연성이 좋은 단백질 기반 접착제의 특성으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장기인 방광에서도 누공의 폐쇄력은 계속 유지됐고 이후 단백질 접착제는 생분해돼 누공이 자연재생되는 것도 확인했다.
누공 주변으로 면역 반응이나 염증도 관찰되지 않았으며, 소재의 대량확보, 낮은 수술 난이도 때문에 열악한 의료환경을 가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합접착단백질 기반 수중접착제는 네이처글루텍에 기술이전, 현재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차형준 교수는 “홍합접착단백질을 이용해 실제 방광 누공 대형동물 모델에 적용해 효과적인 방광 누공 치료 기술로서의 효과를 확인했다. 비슷한 환경의 누공이나 천공과 같은 질환에도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다.
강석호 고려대 교수는 “방광 누공은 환자들의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주는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인데,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방광 누공 치료기술은 우수한 내수성 및 수중 접착력을 바탕으로 향후 개복수술뿐 아니라 로봇 수술, 내시경 수술과 같이 최소침습적 수술법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기술개발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산업핵심기술개발', 포스코 전략과제의 일환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생체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 '악타 바이오머터리얼리아'에 최근 온라인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