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궤적]<3>한강의 기적, 제2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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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에 주사업장을 둔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에 이은 시가총액 2위를 기록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상장 첫날 CNBC와 인터뷰하며 한강의 기적과 한국인의 창의성에 대해 언급했다.

식민 지배와 한국전쟁 이후 잿더미에서 출발한 한국경제는 지구상 최빈국의 하나였지만 지난 60년 동안 괄목할 성장을 이뤄내며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 국민총소득은 미국, 중국 등에 이은 11위다.

수출총액은 6위다. 지리적 여건상 중계무역이 많은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세계 5위 수출국이다. 우리보다 순위가 높은 나라들은 모두 과거 식민지를 지배했던 이른바 열강이거나 인구대국 또는 자원대국으로,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월등한 물질적 기반을 가진 국가들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경제는 저성장, 양극화, 인구 감소 등 산적한 문제가 너무나 많다.

비용을 아끼고 세금과 규제를 피해 생산기지도 해외로 이전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가 잘해 왔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에 대부분 공감하지만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인재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자본이 부족해도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외부자금을 유치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더 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면 해외투자를 유치하거나 사업이 적자여도 국내외 증시 상장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과거에는 불가능하거나 극히 일부만 해당하는 운 좋은 혜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점차 보편화되며 성공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 기업가정신과 도전정신이 충만한 인재들이 모여 만든 신생 기업이 창업 후 8~12년이면 기존 전통 강자들을 뛰어넘는 사례가 계속 생겨난다.

인구 5000만명 내수시장이 작아 한계가 많다고 했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만 집중한 쿠팡도 100조원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 배달시장을 석권한 배달의민족도 수조원 가치로 해외기업에 인수됐다. 이제 수조원 단위 기업 가치로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기업에 인수되는 사례는 더 이상 낯선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 같은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국내에는 관련 산업의 생태계를 탄탄하게 받치는 여러 발전 단계의 스타트업 층이 탄탄하다.

국내 상위권 대기업 집단의 일부 계열사들은 다행히 신성장사업 발굴에 성공해 향후 10~20년 동안 미래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대응과 혁신이 부족한 상당수 대기업의 미래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기존 대기업들의 부진을 최근 사례처럼 당대에 창업해 수십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일궈낸 회사들이 메워 주고, 고용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주기를 기대하고 싶다. 10년 전만 해도 기울어진 운동장, 대기업 동물원 등 표현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며 더 이상 창업기업이 창업자 당대에 조 단위 규모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청 납품 관계에서 그러한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거대 기업을 스타트업이 앞서가는 사례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벤처 투자를 원하는 스타트업에 더 이상 “대기업이 비슷한 사업을 시작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기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겨낼 것이냐”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질문이 구태의연하고 예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세상은 급변하고 있으며, 역량 있는 인재들에게 투자하기 위해 준비된 자금과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조 단위 규모의 기업 가치로 성장한 사례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국내 자산가 순위 상위권 랭킹에 창업자가 속속 입성하고, 단숨에 100조원 규모의 기업이 출현하는 올해 2021년을 '한강의 기적, 제2막의 시작'으로 명명하고 싶다.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alex.kim@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