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반도체 수급난에 요동치고 있다.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핵심 반도체 품귀 현상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포드, 도요타 등이 잇달아 불안한 반도체 수급 상황을 감안해 생산규모를 줄였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과 KOTR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자동차 산업에서 MCU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데 반해 이를 생산하는 기업이 적은 시장 구조가 품귀 현상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동차용 MCU 시장에서 70% 점유율을 확보한 대만 TSMC가 작년 코로나19 등에 따라 생산량을 줄인 것이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전문 컨설팅업체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 반도체 공급 사태로 하루 이상 생산을 중단한 자동차 공장은 전 세계 85곳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36곳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유럽과 북미가 각각 26곳, 23곳으로 뒤를 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시장조사업체들은 지난 1분기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최대 100만대 규모 생산차질이 있었을 것으로 봤다. 피해액은 최대 610억달러(약 69조138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 시장은 해외 업체들과 비교해 양호한 생산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면 직·간접적 생산차질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다음달부터 특근을 취소하고 주 단위 생산조정에 들어간다. 한국GM은 이달 부평2공장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IHS 마킷은 완성차 시장의 반도체 수급난이 올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제조 공정이 복잡한 반도체 특성상 단기간에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당분간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물량을 탄력 조정하는 한편 대체 공급업체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반도체 업체 대표는 “적어도 올해 9월까지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