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 영구 메모리보다 성능과 용량이 대폭 향상된 메모리 기술을 개발했다. 소수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관련 분야 구도를 깰 기반이 마련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정명수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팀(컴퓨터 아키텍처 및 운영체제 연구실)이 비휘발성 메모리(NVDIMM)와 초저지연 반도체 저장장치(SSD)를 하나의 메모리 공간으로 통합하는 '메모리-오버-스토리지(MoS)'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기술은 인텔 옵테인 대비 메모리 슬롯당 4배 이상인 테라바이트(TB) 수준의 저장 용량을 제공하면서 휘발성 메모리(D램)과 유사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낼 수 있다.
기존 NVDIMM은 운영체제(OS) 도움 없이 CPU가 직접 비휘발성 메모리에 접근할 수 있지만, D램을 그대로 활용하고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대안으로는 인텔의 옵테인 메모리(Intel Optane DC PMM)와 메모리 드라이브 기술 등이 있지만, 비휘발성 메모리에 접근할 때마다 OS 도움이 필요해 읽기·쓰기 속도가 NVDIMM 대비 50% 수준이다.
MoS 기술은 초저지연 SSD를 주 메모리로 활용하고 NVDIMM을 캐시메모리로 활용한다. SSD 대용량 저장 공간을 메모리로 사용하게 해주고 NVDIMM 단독 사용 시와 유사한 성능을 자랑한다. 미래 영구 메모리 기술이 가지는 한계점을 전면 개선했다.
MoS 기술은 메인보드나 CPU 내부 메모리 컨트롤러 허브(MCH)에 적용돼 사용자의 모든 메모리 요청을 처리한다.
사용자 요청은 일반적으로 NVDIMM 캐시 메모리에서 처리되지만 여기 저장되지 않은 데이터는 초저지연 SSD에서 읽어야 한다. MoS 기술은 MCH 내부에서 하드웨어가 SSD 입출력을 직접 처리함으로써 초저지연 SSD에 접근시 발생하는 입출력 오버헤드(추가 요구 시간)를 완화하고 SSD의 큰 용량을 일반 메모리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정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MoS 기술로 소프트웨어(SW) 기반 메모리 드라이브나 옵테인 영구 메모리 기술 대비 45% 절감된 에너지 소모량으로 110% 데이터 읽기·쓰기 속도 향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미래 영구 메모리 기술은 일부 해외 유수 기업이 주도하고 있지만, 이번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관련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