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LH 사태 첫 공식 사과...“민간기업 윤리경영처럼 공직윤리도 강화해야”

정부 출범 후 적폐청산 매진했으나 “갈 길 여전히 멀어”
공공기관 평가 공공성·윤리경영 비중 대폭 강화...“개인 일탈도 엄정한 책임 물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에 대해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LH 사태와 관련해 공식 석상에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감을 드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 출범 후 적폐 청산을 위해 노력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판단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뒤 부정부패와 불공정을 혁파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으나 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으로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의 부동산 부패를 막는 데서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 사슬을 끊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불공정의 가장 중요한 뿌리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한다면 (지금이) 우리나라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근본 개혁의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민간 기업의 윤리경영 강화 추세를 거울로 삼아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이 공직윤리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 윤리를 확립하는 것이 출발점”이라면서 “이해 충돌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직무윤리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등은 공공기관 평가에서 공공성과 윤리경영 비중을 대폭 강화해 달라”면서 “개인 일탈도 더욱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선 '행정기본법'이 공포됐다. 행정법 집행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개별법상 공통 제도를 체계화하는 등 행정작용 전반을 종합적으로 규율하는 법이다. 그동안 인허가, 과징금 등 국민 일상에 적용되는 법령이 개별법에 달리 규정돼 있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낭비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법적 근거가 명시돼 적극행정이 더욱 확산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자율학교 지정 및 운영에 관한 권한을 교육부 장관에서 시·도 교육감에게 이양해 교육자치를 강화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과 여행업 창업 및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 종합여행업 자본금 등록 요건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인하한 '관광진흥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