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완화가 관건

디지털 헬스케어에 돈이 몰리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최근 공모 청약에서 경쟁률 1774.57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보다 앞서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뷰노도 수요 예측과 일반 청약에 흥행하며 경쟁률이 공모가 이상으로 형성됐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쏠린 관심이 커지고 사업 기회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5세대(5G) 이동통신, 웨어러블, AI 등 기반 기술도 발전했다. 디지털 치료제, 의료 AI,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 원격진료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의 상장도 이어질 전망이다.

안타까운 점은 규제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의 사업 의욕을 꺾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대면 진료·처방과 의약품 배송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의사 집단의 반발도 크다 보니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도 국내에선 시도도 하지 못한 채 미국, 동남아, 중동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가 주도로 비대면 의료산업을 육성하는 중국은 온라인 진료, 전자처방전 발급, 처방약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알리헬스, 징둥헬스, 핑안헬스케어 등 관련 기업의 실적과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 등 비대면 의료가 활성화된 국가의 경우 국토가 넓고 의료비가 비싸거나 인구에 비해 의료기관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면에서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잘 갖춰지고 의료 접근성이 높은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다만 비대면 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요도 확인했다. 지난해 2월 한시적 전화상담·처방 허용 이후 올해 1월 31일까지 9462개 의료기관에서 약 145만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다.


AI, 가상현실(VR), 5G 기술 등을 접목한 디지털 헬스케어는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짙다. 의료서비스 패러다임은 질병 치료에서 '예방과 관리'로 변화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에 대응해 국가 의료비 절감 및 건강관리를 위한 데이터 기반 원격 모니터링은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오진 가능성이나 대형 병원 쏠림 현상에 따른 의료 전달체계 붕괴 등 부작용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기반을 갖추지 않으면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사업 주도권과 의료 데이터를 해외 헬스케어 업체 및 플랫폼 사업자에 넘겨주게 될지도 모른다.

[기자수첩]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완화가 관건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