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매섭게 질주하고 있다. 올해 승용차 내수 누적 판매량에서 현대차를 넘어섰다. 올해 신차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기아가 현대차를 제치고 내수 1위 브랜드로 올라설지 주목된다.

18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1~2월 국내에 7만5727대를 판매해 제네시스(2만785대)를 제외한 현대차(7만3158대)를 2569대 앞질렀다. 앞서 기아는 지난해 9월과 10월에도 두 달 연속 현대차를 추월했다. 지난해 현대차(52만4517대)와 기아(49만679대) 내수 판매 격차는 3만3838대다.
기아 판매 상승세는 레저용차량(RV)이 주도하고 있다. 기아가 지난해 8월 선보인 카니발은 압도적 내수 1위 현대차 그랜저를 바짝 추격하며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넘본다. 올해 누적 판매는 그랜저 1만6972대, 카니발 1만5621대로 두 차종 격차는 1351대에 불과하다.


중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일부 주력 차급에서도 기아는 현대차를 넘어섰다. 기아 K5는 1만2156대를 판매해 현대차 쏘나타(7869대)를 4287대 앞질렀다. 기아 쏘렌토 역시 1만3555대로 현대차 싼타페(7841대) 5714대 앞섰다.
올해 기아의 내수 1위 전망도 밝다. 올해 K7 후속 모델 K8과 전기차 EV6, 스포티지 완전변경 모델까지 대어급 신차가 줄줄이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K8은 기존 K7이나 그랜저보다 상위 모델로 자리하며 준대형 세단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 전용 전기차 EV6는 계약이 몰린 현대차 아이오닉5 대안으로 꼽히는 기대주다. 신형 스포티지는 대대적 상품성 개선으로 현대차 투싼을 위협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아반떼와 투싼 등 주요 차종 완전변경을 마친 현대차는 기아보다 신차가 적다. 사전계약 돌풍을 일으킨 아이오닉5 수요에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다. 스타렉스 후속 모델 스타리아는 승용 콘셉트를 강조해 카니발 반격에 나선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시장 상황 속에 양사의 치열한 판촉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그룹 차원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구개발이나 홍보 외에 영업과 마케팅 부문을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해 경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내놓은 신차의 성능이나 품질 등 상품성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디자인이나 마케팅 전략 등이 판매량을 결정 짓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면서 “현대차 입장에서 기아 판매 호조는 부담이지만, 현대차그룹 전체로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