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입시따로, 수능따로

[기자수첩]입시따로, 수능따로

문·이과 통합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학생·학부모 사이에서는 문과가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당연하게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시행계획 브리핑에서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어떻게 문과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평가원은 조정점수라는 제도를 설명하면서 질문이나 이런 우려 자체가 문·이과 구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에서는 문과와 이과 구분을 없애는 교육 과정의 취지에 맞게 수업을 했겠지만 문·이과 구분의 관성이 남아 그런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특별히 어떤 한쪽으로 '유리하다' '불리하다'라고 접근하는 것은 문·이과 차원의 생각을 아직 벗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는 추가 답변도 이어졌다.

과연 이런 생각이 '과거 관성'에서 비롯된 우려로 치부할 만한 것일까. 이미 대학은 수능 선택과목으로 공대와 같은 이과들은 미적분과 기하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의대나 약대가 확률과 통계도 허용하긴 하지만 입시 자체가 이미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 있는 것이다. 유불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시업계의 분석도 문과는 문과끼리, 이과는 이과끼리 경쟁할 것이라는 예측에 근거한다. 교육 과정도 바뀌었고 시험도 바뀌었는데 과거 관성에서 우려하는 것 같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교육 문제에서 수많은 걱정은 '기우'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온라인 개학을 추진하면서 서버다운과 같은 문제를 우려한다는 질문에 교육부는 학생 수보다도 많은 용량으로 설계했다고 답했다. 올해에도 영상회의 기능은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어서 문제가 클 수 있다는 걱정에도 해당 기관들은 몇 개월 전부터 시범운영을 했으며, 교사 의견도 지속적으로 수렴했다고 했다.

'준비됐다' '걱정할 필요없다'는 답변보다 이런 걱정이 왜 나오게 되는지를 더 살펴볼 수는 없는 것일까. 기자들이 걱정을 사서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걱정 없이 잘 준비됐다는 칭찬보다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질문이 때로는 더 필요하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