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워 데이'를 통해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폭스바겐그룹이 올해 400Gwh 규모 배터리를 발주한다. 이는 전기차 약 500만대 수준으로 올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체 발주 물량(1100Gwh)의 약 40%에 해당한다.
품목은 폭스바겐그룹 독자 규격 '단일 각형'이다. 당장 국내 배터리 3사 중 삼성SDI만 자격이 되지만 향후 사업관계까지 고려하면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 파우치 진영의 체질 개선을 통한 입찰 참여 가능성도 점쳐진다.
1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이 상반기 내 폭스바겐·아우디·포르쉐 등에 탑재할 400Gwh 규모 전기차용 배터리 입찰공고를 발표한다. 입찰은 상·하반기 각각 두 차례 진행하는데 이는 올해 완성차 업계가 추정한 전체 발주량(1100Gwh)의 40% 해당된다. 형태는 독자 규격 각형 배터리로 제한한다. 최근 '파워 데이'를 통해 단일 각형을 그룹의 표준으로 정한 것을 바로 실행으로 옮긴 셈이다.
계약은 연내 복수 업체와 체결하고, 이 물량은 폭스바겐그룹이 4~5년 후 출시하는 MEB(보급형)·PPE(고급형) 플랫폼 기반 차기 모델에 적용된다. 실제 배터리 공급은 3~4년 후인 2024년께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발주 품목은 각형 중에 고급형 모델에 들어가는 삼원계(NCM)와 중저가용 리튬인산철(LFP) 두 가지 형태가 유력하다.
입찰을 통해 2023년 배터리 생산공장(40Gwh)을 완공하는 폭스바겐의 합자사인 노스볼트를 포함해 다수 업체를 선정한다. 반면 리튬인산철 물량은 중국 CATL 제품이 유력하다. 폭스바겐의 기존 거래처 중 각형 리튬인산철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다만 노스볼트와 CATL의 생산능력을 감안할 때 기존 각형 협력·관계사인 삼성SDI나 파나소닉·궈쉬안 등의 참여도 예상된다. 또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이 각형 규격을 맞춰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폭스바겐그룹이 연간 40Gwh 공장을 최소 6개, 최대 8개 구축할 예정이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을 자체 예산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데다, 관계사인 노스볼트·궈쉬안의 배터리셀 기술과 생산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발주에 기존 배터리 업체들의 체질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실제 배터리 공급까지 3년 이상 남아 있는 만큼, 약 2년의 기술 투자를 한다면 파우치 업체들도 각형 라인업 추가가 가능하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파우치·각형은 소형에서 중대형으로 발전하면서 코어셀 구조가 크게 달라졌지만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2년 정도 투자한다면 각형 기술도 확보할 수 있다”며 “국내 배터리 3사는 폭스바겐과 합자사 설립 등 대응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한편, 파우치 진영의 공동 대응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