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핵심 파트너인 노스볼트가 최근 극비리에 한국 배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을 전방위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스볼트 배터리 개발진은 폭스바겐 전기차에 탑재할 예정인 각형 배터리용 하이니켈 양극재와 장비 성능을 두루 검증했다. 노스볼트와 K-배터리 소부장 업체 간 협력 확대 여부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노스볼트 개발자들은 최근 한국의 배터리 소부장 업체를 잇달아 방문, 배터리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한 개발진은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담당하는 핵심 인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국내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업체와 배터리 전극 장비(양극판·음극판 제조), 조립 장비(배터리 완제품 제조), 후공정 장비(배터리 완제품 성능점검) 업체 등 복수의 국내 기업을 상대로 성능 검증 형식의 조사를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의 인력 다수가 노스볼트로 이동했다”면서 “이들이 기존에 거래하던 국내 중견급 업체를 중심으로 배터리 소부장 제품을 살펴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방문한 양극재 업체는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제조업체다. NCM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로 가장 많이 쓰인다. 최근 니켈 80% 이상인 하이니켈 NCM 양극재 적용 사례가 늘고 있다. 폭스바겐은 첫 배터리 행사인 '파워데이'에서 하이니켈 NCM 양극재를 적용한 각형 하이엔드 배터리를 채택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각형 하이엔드 NCM 배터리는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제조 원가는 높지만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올리는 데 탁월하다.
노스볼트는 배터리 소재 내재화를 추진하지만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협력 논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소재 업계 관계자는 “NCM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가격 부담이 있지만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은 한국 소재 기업이 가장 앞서 있다”면서 “하이니켈 제품의 강점을 노스볼트 개발진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노스볼트는 각형 배터리 제조장비 협력 방안도 점검했다. 노스볼트는 올해 하반기에 전극·조립·후공정 장비를 일괄 발주할 계획이다. 각형 배터리 제조를 위해 국내 기업 5~6개사와 배터리 장비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스볼트는 국내에 주관사를 선정하고 비공개 공급 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 파일럿용 장비가 성능 검증을 위해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비는 각형 배터리 충·방전 성능을 검증하는 후공정 장비와 배터리 내 가스를 빼는 디개싱 장비로 알려졌다.
배터리 장비업계 관계자는 “(노스볼트 개발진이) 배터리 장비 공급을 위한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장비 성능도 점검했다”면서 “노스볼트는 한국 배터리 기술 전반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