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대가는 무엇일까요?”
누군가의 회고와 녹취, 갑작스런 자살, 발전소 내 갈등, 화재폭발 사고로 시작하는 드라마 시리즈 '체르노빌' 1부 첫 대사다.
체르노빌은 1986년 4월 26일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드라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전후 발전소 내부상황과 재난을 수습하며 원인을 밝히는 과정,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는 순간 등이 실제 사실에 기반해 순차적으로 전개된다.
드라마 속 원전과 멀리 떨어진 아파트에서도 진동을 감지하고 화재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사고 규모는 컸다. 원전 내 전문가와 직원은 동분서주하며 원인을 파악하기 바빴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은 원인도 모른 체 화재를 진압하며 방사능에 피폭됐다.
지금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방사능 관련 학습으로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만 35년 전에는 달랐다. 아무도 그 곳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다. 당시 소련 정부는 방사능 피해 사실을 은폐하며 시민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사고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됐다.
원전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에 앞장서는 전문가 발레리 레가노프와 조력자 울라나 코목이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 수차례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노심'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폭발로 핵반응을 일으키는 노심이 외부에 노출되며 방사능 대량 누출이 이뤄졌다. 노심은 핵연료를 포함하는 핵반응이 일어나 열을 생산하는 원자로 핵심 부분이다.
대표 핵연료인 우라늄을 작은 담배 필터 모양으로 가공해 우라늄 펠렛을 만들고, 우라늄 펠렛 다수를 묶어 긴 금속 원통에 넣어 연료봉을 만든다. 핵 연료봉 여러 다발을 묶어 연료봉 다발을 만든다. 바로 노심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원전 책임자의 안하무인격 고집과 아집이 1차 원인이고, 흑연 등 예상치 못한 문제로 원자로 온도 조절에 실패하며 발생한 사고로 원인이 규명됐다.
노심이 위치한 반응로에는 노심에서 방출되는 중성자를 감속시키고 온도를 낮추는 감속재가 있다. 당시 노심 핵분열 반응 상황에서 감속재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노심이 매우 높은 온도로 올라가 원자로 파손으로 폭발사고가 발생, 방사능이 누출된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그 자체로도 역대급 재난이었지만 누군가 은폐 시도에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참상, 원전과 방사능의 위험성, 안전한 원전 운영의 중요성은 물론 진실을 감추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미국 HBO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에서 볼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