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타트업계가 비상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요구하고 나섰다. 쿠팡에 이어 컬리 등 유망 기업이 연이어 해외 증시 입성을 추진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복수의결권 도입을 통해 증권시장을 활성화하고 혁신형 기업 성장과 투자 유치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16개 혁신 벤처·스타트업 관련 단체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이 시행되면 창업자가 안정적 경영권을 기반으로 장기 관점에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국내에서는 상법·한국거래소 상장 규정 모두 복수의결권을 허용하지 않아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복수의결권을 도입해 혁신 벤처·스타트업 기업의 국내 상장을 이끌어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면 벤처투자가 위축되고 재벌 대기업이 세습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며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협의회에서는 국내 벤처캐피털업계에도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을 찬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회에 상정된 법안에 이미 엄격한 제한 규정이 담겨 있다며 일각의 우려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실제 벤처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외국계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기업 중심으로 나스닥 등 해외 증시 상장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마켓컬리, 두나무 등 기업 가치가 높은 기업 중심으로 해외 증시에서 자금 회수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결권 도입 없이 국내 증시에서 상장을 추진할 경우 대규모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 상당수는 지분 희석으로 인해 상장 이후 추가 자금 조달은 엄두도 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대다수가 상장 이후에도 복수의결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보완책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현재 비상장 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벤처기업특별법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다음 달 13일 공청회를 열어 벤처업계 안팎의 목소리를 수렴, 복수의결권 도입에 따른 우려를 보완할 수 있는 개선 방안과 세부 수립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상법·한국거래소 상장 규정 모두 복수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다. 반면 중국·인도를 비롯해 런던, 뉴욕, 나스닥, 독일, 도쿄 등 세계 5대 증권거래소는 모두 복수의결권 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혁신 기업의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협의회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급격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국내 정책의 혁신을 이루지 못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