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지난해 말 사내 축하 행사를 가졌다. 애플로부터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납품 승인 받은 것을 자축하기 위해서다. 2017년 5월 처음 6세대 플렉시블 OLED 공장을 가동한 후 약 3년 6개월 만에 애플 아이폰에 OLED를 공급할 수 있게 된 날이었다.
BOE가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 주목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플렉시블 OLED 분야에서 BOE가 국내 기업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출시할 갤럭시 M 시리즈 일부 모델에 BOE 플렉시블 OLED를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에 BOE의 플렉시블 OLED 패널을 도입하는 건 처음이다. BOE는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 공급을 따내면서 세계 양대 스마트폰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BOE는 중국 디스플레이 굴기 선봉에 있는 기업이다. 왕둥성 전 회장이 1993년 창업한 BOE는 설립 초기 브라운관(CRT) 생산을 주력했다. 이후 2002년 현대전자에서 분사된 하이디스를 인수하면서 LCD 시장에 진출했고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바탕으로 현재는 세계 1위 LCD 기업이 됐다.
BOE를 포함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공세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레드오션이 된 LCD 시장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인 OLED로 사업 전환을 했다. 그 결과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 1위,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OLED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BOE 약진에 OLED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텃밭과 같았던 아이폰 물량을 놓고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BOE와 경쟁해야 하고, 이젠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놓고서도 BOE와 싸워야 한다. 중저가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까지, 그야말로 중국과 플렉시블 OLED의 무한경쟁 시대가 열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본과 규모를 앞세우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기술로 격차를 벌리는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의 6세대 플렉시블 OLED 생산능력은 2023년 한국을 추월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의 김기현 이사는 “저전력·고효율 OLED나 폴더블과 같은 차세대 OLED 기술들은 여전히 국내 기업들이 중국보다 3~5년은 앞서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추격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기술을 지속 개발해야 우리나라 기업이 선도적 위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