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없이 뇌 신경 자극해 신호 기록한다...IBS '죽부인' 모양 다기능 탐침 구현

뇌 신호 전달 체계는 복잡하다. 뇌 질환 치료 실마리를 찾으려면 이런 체계를 이해해야 한다. 원하는 위치 뇌 신경을 자극하고, 이때 발생하는 신호를 정확히 측정해 신경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고리를 이해해야 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단장 조민행) 소속 박홍규 교수(고려대 물리학과)팀이 빛으로 뇌신경을 자극해 부작용 없이 뇌 신호를 기록하는 나노장치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지금까지 뇌 연구는 금속이나 실리콘 소재 삽입형 탐침(프로브)을 이식해 뇌신경을 자극하고, 그 반응을 측정해왔다. 딱딱한 탐침이 뇌 세포를 손상시키거나 주변에 면역반응을 일으켜 신호 측정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있었다. 탐침이 삽입되면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탐침 주변을 둘러싸는데, 뇌를 자극하기 위해 더 큰 자극이 필요했다.

나노 죽부인 기반 다기능 탐침의 구조
나노 죽부인 기반 다기능 탐침의 구조

박 교수팀은 이전 연구에서 미국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뇌와 비슷한 굽힘 강도를 갖는 그물구조 탐침을 개발한 바 있다. 유연한 그물망 형태 고분자를 원통형으로 만 나노 구조체로, 죽부인과 모양이 유사하다. 당시 연구진은 이 '나노 죽부인'을 쥐 뇌에 이식했을 때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장기간 신호를 측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빛을 주입해 뇌 신경을 인위적으로 자극하도록 성능을 개선했다. 연구진은 기존 구조에 1㎝ 길이 광도파로를 결합해 외부 빛을 나노 죽부인 끝단까지 전달할 수 있게 했다.

이 다기능 탐침을 살아있는 쥐 뇌에 삽입해 빛으로 뇌신경을 자극했고, 탐침 전극을 이용해 자극된 뇌 전기 신호 측정에도 성공했다. 신경 자극과 신경 신호 기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삽입형 장치를 개발한 처음 사례다.

연구진은 인체 뇌세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탐침 기술을 개선하는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기능 탐침 인터페이스를 소형화하고, 실제 연구 및 의료 현장에서 응용이 가능하도록 광도파로 길이를 증가시키려 한다.

박흥규 교수는 “광도파로가 결합된 그물 구조 탐침은 광유전학 신경 연구를 한층 발전시킬 획기적인 것”이라며 “복잡한 뇌의 신호 체계를 이해하고,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3월 19일(한국시간) 화학 분야 권위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IF 11.238) 온라인 판에 실렸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