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정식 업무를 시작한다. 이미 회장직을 수락하고 대외 활동에 나선 최 회장이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스타트업 기업인이었다. 초기기업으로 불리는 스타트업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가장 큰 과제로 투자 부족을 꼽았다. 스타트업 투자 자금이 말라 간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브이씨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3조544억원이었다. 전년에 비해 약 10%인 3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투자 단계로 보면 더 심각하다. 시드단계 투자는 반토막 났다. 2019년 1174억원에서 지난해 668억원으로 약 43% 축소됐다. 프리A단계는 1035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시리즈A, B, C도 시리즈A를 제외하고는 모두 곤두박질쳤다. 시리즈A 투자만 24.9% 상승하고 시리즈 B와 C는 각각 23.6%, 22.6%나 줄었다.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과 같은 투자사의 책임이 크다.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자금 회수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초기기업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금이 필요 없는 성장단계 기업에 집중하거나 당장 이익을 시현할 수 있는 상장 직전 기업을 선호한다. 벤처 투자의 룰이 10건 가운데 1건만 대박 나면 성공이라지만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투자 패턴을 바꾸는 일이다. 그렇다고 투자 노하우와 업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사만 마냥 욕할 수 없다. 결국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책자금이라도 투입해야 한다. 스타트업 투자의 공백은 멀리 보면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시드 투자가 줄어들수록 혁신기업이 나올 가능성은 희미해진다. 물꼬를 터 주는 역할은 정부가 맡아야 한다. 위험도가 큰 투자는 정부 몫이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 줘야 민간이 따라온다. 투자자와 만날 기회조차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면 시스템과 같은 구조 문제다. 초기 지원에 정부마저 인색하다면 스타트업은 더 이상 갈 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