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지털 격차가 생산성 격차

[사설]디지털 격차가 생산성 격차

국내 인공지능(AI) 보급률이 세계 '톱3' 수준에 올라섰다. 민간 싱크탱크를 표방하는 K-정책 플랫폼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지난해 국가별 AI 기술 보급률 순위에서 인도(1위)와 미국(2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스라엘, 중국, 이스라엘, 독일 등 쟁쟁한 AI 선진국을 모두 제쳤다. 지난 2016년 4위로 출발한 한국은 2017년 6위, 2018년 7위로 연거푸 하락했으나 2019년 5위에 이어 지난해 3위로 역대 최고 순위를 달성했다. 2018년 이후 2년 만에 순위가 네 계단이나 상승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에서 AI 기술이 공공과 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보고서에서는 디지털 선도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빅데이터 분석 활용률이 10%에 미치지 못해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에서 기술 선도 기업과 후발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컸다. 선도그룹 내에서도 유독 최상위 1% 기업의 생산성 증대가 두드러졌다. 디지털 격차가 곧 생산성 격차로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디지털 전환(DX)에 뒤처질수록 경쟁력도 그에 비례해 떨어졌다.

디지털에 따른 양극화는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디지털 문맹일수록 사회적 약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다는 연구 보고서가 줄을 잇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DX는 단순히 사업 모델이나 경영 선진화를 위한 선택의 문제를 넘어섰다. 기업 경영을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생산성까지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경영지표로 떠올랐다. 당장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로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에 디지털은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시스템부터 비용, 인력까지 해결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 경쟁력의 적분이 결국 국가 경쟁력이다. 결과적으로 디지털화가 늦어질수록 국가 경쟁력도 추락한다. 더 늦기 전에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