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요금, 정부 개입 최소화해야

[기자수첩]전기요금, 정부 개입 최소화해야

“정부가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했지만 ㎾h당 연간 5원 이내에서 조정해야 합니다.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는 알겠지만 요금 조정이 지체될 우려도 있습니다. 정부는 되도록 유보 조항을 적용하지 말아야 하고, 유보 조항을 적용한다면 미수금을 어떻게 보전할지 제시해야 합니다.”

지난 1월 열린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한 전문가가 한 말이다. 지난해 12월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을 연료비와 연동하는 것을 골자로 한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를 적용했음에도 정부가 예외적인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유보 권한에 대해 우려한 것이다. 실제 이달 2분기 전기요금에서 정부가 유보 권한을 발동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확정하면서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를 최우선 성과로 내세웠다.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가 변동 요인은 일정 시차를 두고 전기요금에 반영하려 했다. 시장에서는 원가와 연계한 전기요금 체계가 시장형 공기업인 한전의 재무 리스크를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발표한 지난해 12월 17일 한전 주가는 10.17% 상승했다.

그러나 정부는 개편된 전기요금 체계가 적용된 지 두 번째 분기 만에 유보 권한을 발동했다. 유보 권한 발동이 확정된 지난 22일 한전 주가는 4.76% 하락했다.

정부 결정도 일부분 이해는 된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에도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인상 폭이 미미한 2분기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것은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서 지난 2월까지 연료비 조정 단가는 ㎾h당 -0.2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앞으로 전기요금 인상 유보 권한 발동에 신중해야 한다. 정부는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전기 원가와 요금 연계를 강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보 권한을 자주 발동하면 이 효과는 무력화된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시장 친화적인 전력시장 조성과 함께 전기요금도 시장 친화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