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DTx)는 게임과 불가분의 관계다. DTx는 무늬만 게임이 아닌 게임으로 작동해야 의도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 '재미' 요소를 내포해야하기 때문이다.
DTx는 기능성 게임 연장선에서 출발했다. 기능성 게임은 현실에서 일어날 상황을 가상으로 체험하거나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개발됐다. 사람을 활동적으로 만드는 '포켓몬 고', 유방암 치료 보조게임 '알라부' 등이 대표적이다. DTx와 달리 정확한 과학적 근거, 임상, 처방 등은 필요 없다. 그럼에도 포켓몬 고 게임 이용자 걸음은 평소보다 약 26% 증가했다.
화학약품 없이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덕분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 요소와 원리를 게임이 아닌 영역에 적용해 문제해결, 관심유도, 행동 변화 등을 이끌어내는 기법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사회화·학습·숙달·경쟁·성취·지위·자기표현·이타주의와 게임 플레이에 대한 이용자 욕구를 활용한다. 일반 게임이 참여를 증가시키기 위해 게임요소를 활용한다면 기능성 게임은 게임 자체에 목적과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구조를 짠다.
포켓몬 고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 걷기를 원했다. 걸으면서 포켓몬을 포획할 수도 있고 걸은 거리에 따라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으로 보상을 제공했다. 계속 게임을 하려면 특정 지역으로 반드시 걸어서 이동하도록 만들었다. 알라부는 항암 치료 거부감을 낮추려는 의도로 제작됐다. 알라부에서 게이머와 아바타는 한 몸이다. 제 시간에 약을 먹지 않으면 알람이 울리고, 아바타 몸이 점점 상해간다. 반면 제 때 약을 챙겨먹으면 점점 아름다워지는 아바타를 볼 수 있다. 두 게임 모두 몰입과 지속을 가능케 하는 요소로 게임요소를 활용했다.
이런 게임요소를 전문적인 의료지식과 임상과 접목한 것이 DTx다. 게임기반 DTx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유럽연합(EU) CE마크를 획득한 아동 과잉행동장애(ADHD) DTx 아킬리 '인데버 RX'는 2013년 작 '뉴로레이서'를 모델로 만들었다. 호버 보트를 타고 함정을 피하며 레이싱을 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게임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주의력이 향상된다.
처방 4주 후, 3분의 1이 주의력 결핍 측정에서 최소 한 가지 이상이 기준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약 68%의 부모가 치료를 받은 후 자녀의 일상적인 장애가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게임이 ADHD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집중 상태'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집중과 몰입은 '게임의 재미'에서 나온다. 재미가 없으면 집중하기 힘들고 그로 인해 반복적인 플레이로 인한 치료 효과가 나올 수 없다.
기능성 게임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목적성을 가진 게임이 등장했음에도 성공하거나 이용되는 게임은 극소수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DTx로 약효를 낼 수 있으려면 의학적 효능을 담아내는 것 못지않게 게임 본연의 재미를 담는 것이 수반돼야 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