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음향파나 지진파까지 조절할 수 있는 메타표면을 설계했다. 음파탐지기로도 추적할 수 없는 잠수함을 만들거나지진을 회피하는데 활용될 수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노준석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이동우 씨 연구팀이 빛뿐만 아니라 소리 영역까지 제어할 수 있는 메타물질을 설계하고 물속에서 음향 굴절률을 조절해 파동을 흡수하거나 통과시킴으로써 음파탐지기에도 잡히지 않는 '수중 스텔스 메타표면'을 고안했다고 29일 밝혔다.
자연에서 빛이 어떤 물질을 만나면 일반적으로 양(+) 방향으로 굴절되는 성질이 있다. 메타물질은 이런 빛 굴절 특성을 음(-)방향, 완전 투과를 일으키는 제로 굴절률이나 완전 흡수체를 설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메타물질을 만나면 투명하게 보인다.
굴절률은 빛뿐만 아니라 소리도 제어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음향 굴절률을 제어해 음파가 반사하지 않고 흡수할 수 있는 메타표면을 이론적으로 확인했다. 분리형 오리피스 도관 하이브리드 공진기 배열을 통해 광대역(14kHz~17kHz)에서 음파를 흡수할 수 있도록 두께가 얇은 메타표면을 설계했다. 이렇게 설계된 메타표면은 음파 공진을 이용해 물체를 탐지하는 음파탐지시스템으로 탐지되지 않는 '수중 스텔스 기능'을 얻을 수 있다.
연구팀은 또 메타표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지진파와 같은 탄성 파동을 통과시키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성이론'인 질량으로 인한 중력장 변화에 따른 시공간의 휨 속에서 빛의 경로가 바뀐다는 아이디어를 차용, 곡면 판에서 극단적인 탄성 파동을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안했다. 예시로 굴절률 특이점 렌즈, 즉 두께가 거의 제로(0)에 수렴하는 메타표면 렌즈를 만들어 넓은 주파수 대역(15kHz~18kHz)에서 90도, 180도로 휘어질 수 있는 탄성파 이튼(Eaton) 렌즈를 얇은 곡면 판에서 구현했다.
이러한 굴절률 특이점 이해를 바탕으로 대륙의 판과 판이 부딪히거나 쪼개질 때 발생하는 에너지 파동을 극단적으로 제어하는 데 활용해 지진으로부터 원자력발전소나 건축물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준석 교수는 “지금까지 메타물질 연구는 빛이나 전자기파에 집중됐지만 음파나 지진파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특히 심해 환경 속에서 수중 음파 탐지기를 피할 수 있는 잠수함, 지진이 와도 멀쩡한 원자력발전소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K-CLOUD 사업, 한국연구재단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중견연구사업, RLRC 지역혁신선도연구센터 글로벌박사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응용물리 분야 권위지 '저널 오브 어플라이드 피직스'와 '피지컬 리뷰 어플라이드' 에 각각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