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이 단건배달을 앞세운 쿠팡이츠의 거센 추격에 단건배달 비중 확대로 맞불을 놓기로 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도 단건배달 업체가 묶음배달을 밀어내고 배달 시장 주도권을 잡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단건배달'이 배달앱 핵심 경쟁 포인트로 부상했다.
29일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단건배달은 소비자와 식당주 모두 원하는 세계적 트렌드인 만큼 단건배달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쿠팡이츠식 자체배달(OD, Own Delivery)을 하는 도어대시가 우버이츠, 그랩허브를 밀어내고 음식배달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주문중개(MP, Market Place) 기반 음식배달 기업 저스트잇 또한 OD 모델 경쟁사로부터 영국 시장에서 1위를 내줬다.
국내에서 유사한 흐름이다. 최근 라이더 1명이 배달 1건만 수행하는 단건배달(OD 모델) 쿠팡이츠가 서울 강남 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에서 묶음배달(MP 모델) 배민을 밀어내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배민은 단건배달을 앞세운 쿠팡이츠 등장에 맞대응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더 확보를 위한 경쟁에 적극 뛰어드는 한편 강남을 시작으로 단건 배달 지역을 전국 각지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쿠팡이츠는 소비자가 2만원 이상 주문 시 식당주가 주문중개·결제·배달 등 명목으로 총 9000원 이상 수수료를 내야하지만, 주문건당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또한 라이더 확보를 위해 상당기간 이에 준하는 출혈경쟁을 감내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배달의민족은 단건배달 서비스를 강남 3구에 집중해 일단 잃어버린 강남3구를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배달 주문수 20%를 차지하고 인구밀도가 높고 소득 수준이 높아 부가가치가 큰 상징성이 있어 강남을 우선 사수하고 전국으로 단건 배달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단건배달은 소비자가 갓 만들어 낸 음식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재주문율이 높아 식당 점주가 선호한다. 그렇다 보니 쿠팡이츠 가입 업체 수는 서비스 개시 2년 만에 12만개를 넘어섰다. 10년 만에 25만 업주를 확보한 배민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반면에 라이더들은 묶음배달을 선호한다. 동일 시간 일하고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묶음배달을 하면 1시간에 5건을 배송하지만 단건배달은 1시간에 2~3건에 그치기 일쑤다. 이에 상당수 라이더들은 배달 플랫폼 업체가 단건배달을 도입해 배달 시간은 강제하면서도 배달비를 줄여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며 주문 콜 거부 등 단체 행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단건배달이 소비자·점주 양측의 지지를 받아 국내외 음식배달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배민은 단건배달로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다. 현재 배민 주문 95%가 배달대행 업체를 통해 묶음배달로 이뤄지고 있다. 배달 방식 변화를 위해서는 배달대행 업체와의 협상과 라이더 확보가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배민과 쿠팡이츠 간 투자 경쟁을 위해 당분간 '쩐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쿠팡이츠, 강남 3구 점유율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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