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에 대한 주세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논의가 한창이던 2019년에 생맥주 가격 인상 가능성은 주세 개편에 큰 관심이 없는 대중에게도 핫이슈였다. 캔맥주나 병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주세를 적용 받던 생맥주는 종량세 전환으로 인해 오히려 주세가 54.6%나 상승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서민들이 퇴근 후에 즐기는 500cc 생맥주 한 잔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우려에 대해 공감한 바 2020년 1월 종량세를 전격 도입하면서 생맥주에 대해서는 2년간 주세를 20% 경감해 주는 한시적 조치를 취했고, 이에 따라 소비자는 주세 개편과 상관없이 같은 가격으로 생맥주 한잔을 즐기며 힘들었던 하루를 위로받을 수 있었다.
정부는 종량세 전환으로 수익성이 좋아지는 캔맥주 판매 확대를 통해 생맥주 주세의 상승 충격을 흡수할 수 있으리라 전망하면서 완충기간을 2년 부여했지만 수제맥주업계는 경감 혜택이 끝나는 올해 말이면 코로나19 피해에 이은 또 한 번의 쓰나미가 밀려들 것을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음식점이나 맥주전문점 등을 통해 판매되던 소규모 수제맥주업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제한으로 판로를 잃으면서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한국수제맥주협회가 진행한 조사 결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고 있는 몇몇 수제맥주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영세한 수제맥주업체들은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최소 50%, 최대 90%까지 감소하고 절반 이상의 업체들이 직원들의 휴직 또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큰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긴급 조치를 하고 있지만 맥주 제조를 겸하고 있는 업체 특성상 소상공인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 또 맥주 제조 및 유통 관련 매출 손실은 보상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수제맥주업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 손실을 거의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협회와 업계는 스스로 자생력을 갖고 대형업체가 아니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으로 소규모 맥주제조자에 대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나 이 역시 단기간에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말 생맥주에 대한 주세 경감 조치마저 일정대로 사라진다면 쓰러지기 직전의 소규모 수제맥주업체에 그야말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격이 될 것이다.
소규모 수제맥주업체 대부분은 큰 설비투자가 필요한 캔맥주나 병맥주는 아예 생산하지도 못하고 100% 생맥주 판매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캔맥주 판매를 통해 생맥주 주세 인상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또 종량세가 도입된 직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세는 올해 말이나 돼야 사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충격 완화를 위해 주어진 2년의 시간도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과 사투를 벌이다가 다 날아가 버린 셈이다.
그렇기에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정부가 생맥주에 대한 주세의 한시적 경감 조치의 추가 연장 혹은 영구적 경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든 맥주 업체에 일괄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중소기업 수제맥주업체에 대해 적용한다든가 소규모 맥주제조자들에 대해 생산 구간별로 제공하는 주세 경감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 맥주회사들은 생맥주 주세 인상을 내부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코너에 몰린 채 코로나19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려 온 소규모 수제맥주업체들은 생맥주 주세 상승이라는 카운터 펀치를 견뎌 낼 체력이 남아 있지 않다. 주세 경감 조치의 일몰은 어쩔 수 없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제맥주에 대한 수요 자체를 위축시킬 것이 뻔하다.
정부의 적극 지원을 통해 힘들게 싹을 틔우고 우리나라 맥주의 다양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소규모 수제맥주업체들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정부의 관심과 대승적인 지원을 기대해 본다.
박정진 한국수제맥주협회장 Craftbrewer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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