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국내서 안 팔리는 車 잇달아 단종…'선택과 집중'

현대차, i30·벨로스터·아이오닉 단종
기아, 쏘울·스토닉국내 판매 완전 종료
수요 많은 모델에 생산·판매 집중 계획
업계 "소비자 선택권 줄어들어 아쉬움"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에서 안 팔리는 모델을 잇달아 단종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생산·판매 효율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현대차 벨로스터.
현대차 벨로스터.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말까지 대표 해치백 모델이던 i30와 벨로스터(벨로스터 N 제외), 아이오닉을 순차 단종했다. 세 차종은 최근 일부 남아있던 재고 소진을 마치고 국내 판매를 완전히 종료했다.

세 차종을 나란히 단종한 것은 판매 부진 영향이 가장 컸다. 해치백 형태의 세 차종은 출시 이후 수입 해치백 대항마로 평가되며 반짝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시장 수요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쏠리며 설 자리를 잃었다.

현대차 i30.
현대차 i30.

2007년 등장한 i30는 유럽형 해치백으로 표방하며 출시 초기 월 2000대 이상 팔리는 등 국내 해치백 시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1년 등장한 2세대 모델을 거쳐 2016년 3세대부터 판매 하락세를 나타내며 긴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팔린 i30는 517대로 2019년보다 65.7% 줄었다. i30는 내년 4세대 출시를 앞뒀으나, 유럽에서만 판매를 이어갈 계획이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데뷔 당시부터 시장 이목을 끌었던 벨로스터도 단종을 피하지 못했다. 일반 벨로스터를 단종하고 마니아 고객 선호도가 높은 고성능 모델 벨로스터 N만 판매한다. 최근 벨로스터 N도 판매가 신통치 않다. 올해 들어 1~2월 8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 아이오닉.
현대차 아이오닉.

현대차 첫 친환경 전용 모델 아이오닉은 조만간 출고할 아이오닉5에 자리를 물려준다. 2016년 출시 이후 4년 만의 퇴장이다. 지난해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등을 포함한 아이오닉 판매량은 3567대로 2019년보다 40.8% 감소했다.

아이오닉5 등장으로 조만간 준중형 SUV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도 자연스레 단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시장 안착까지 당분간 병행 생산을 이어갈 계획이다.

기아 쏘울.
기아 쏘울.

기아도 쏘울과 스토닉 등을 조용히 단종했다. 시장 수요가 높은 SUV 형태 차량임에도 국내 판매가 신통치 않아서다. 두 차종은 수요가 높은 해외에서 판매를 그대로 이어간다.

쏘울은 올해 1월 생산을 완전히 종료했다. 2019년 3세대 모델 출시 이후 불과 2년 만에 이례적으로 빠른 단종을 결정했다. 국내에서 단종한 스토닉도 해외에서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지만, 국내 재출시는 미정이다.

기아 스토닉.
기아 스토닉.

쏘울과 스토닉 단종은 셀토스 판매 호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셀토스는 2019년 국내 출시와 함께 우수한 가성비를 앞세워 쏘울과 스토닉 시장 수요를 흡수하며 다른 차종 판매 하락을 부추겼다.

현대차와 기아가 일부 모델을 과감히 단종하는 것은 수요가 많은 모델에 생산과 판매를 집중하려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가 저조한 모델을 단종하면 생산과 재고 관리 등 전체적 판매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서 “다만 모델 단종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은 자동차 시장 다양성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