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의 아픈 곳을 다룬 '게임다운 게임' 화제

우리 역사의 아픈 곳을 다룬 '게임다운 게임' 화제

제주 4.3사건을 알리는 PC게임이 화제를 모은다. 최근 게임플랫폼 스팀에 출시된 '언폴디드: 동백이야기'가 주인공이다. 4.3 사건을 어린이 주인공의 시선으로 간접 경험하게 하는 게임이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디스 워 오브 마인(코소보전쟁)' '반교(대만 학살)'처럼 알려지지 않은 참상과 민간인 피해를 알리는 내러티브 미디어로서 게임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1947년부터 7년간 일어난 4.3 사건은 규모에 비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현대사다. 확인사망자만 1만715명, 추정 사망자는 최대 8만명에 달한다. 한국전쟁 이후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제주 4.3평화재단이 발표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민 68.1%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노근리양민학살사건 보다 낮고 여순사건 보다 조금 더 알려진 수준이다. 관심이 없다고 대답한 사람은 50%에 달한다. 사건을 모르거나 알아도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4.3사건을 언급하면 투옥되거나 핍박받은 탓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사과하고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4.3희생자 추념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면서 사회적 논의가 이뤄졌다. 올해 2월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 전부개정안이 가결되면서 재심에서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됐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이름은 안다고 해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경한 것이 사실이다.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는 4.3 사건 이야기를 다룬 최초의 PC 게임이다. 정치적 문제가 아닌 피해자 참상에 초점을 맞춘다. 개발사 코스닷츠는 김회민, 정재령 두 개발자가 게임에 사회적, 역사적 메시지를 담고 싶어 결성한 개발팀이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 조언을 받아 고증을 살렸다. 게임인재단의 도움도 받았다.

지금까지 국내 역사를 다룬 게임은 기능성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게임성을 등한시했다. 역사를 다룬 게임에 관심을 더 떨어트렸다. 국고 1억1900만원이 들어간 '웬즈데이'가 대표적이다. 부족한 게임성과 고증으로 게이머들이 등을 돌렸다.

반면 언폴디드:동백이야기는 게임으로서 기본기를 갖췄다. 곳곳을 누비며 사물을 관찰하고 아이템과 정보를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포인트 앤 클릭'의 문법에 충실하다. '보여주되, 말하지 않는' 서사로 세련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장황한 부연 설명 없이도 남로당, 미군정, 토벌대가 엮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전달한다.

간접체험을 중점으로 삼은 만큼 현장감을 살렸다. 현장답사를 통해 제주 산간 지역 모습을 담았다. 이와함께 제주도 전통문화를 자연스레 게임에 녹였다. 제주방언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김희민 코스닷츠 대표는 “게임답게 만들었다”며 “공권력에 대한 민간인 학살에 집중해 이야기를 표현했는데 스토리가 좋다는 평가가 나와 좋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