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미래산업 혁신의 주역으로서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초의 AI 개념은 1943년 워런 매컬러와 월터 피츠에 의해 제안된 '인공 신경망 뉴런'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나중에 퍼셉트론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했고, 딥러닝 기초를 제공했다. 1950년 앨런 튜링은 '생각하는 기계와 지성'을 발표하며 컴퓨터가 지능을 갖췄는지 판별하는 튜링실험을 제안하기도 했다. 1956년에는 관련 학자들이 다트머스 회의에 모여 처음으로 AI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AI 기술은 개발 초기 퍼셉트론의 논리적 한계에 부닥쳐 좌절하기도 했고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제프리 힌턴 교수 등이 퍼셉트론의 고질적 문제를 일부 해결하면서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딥러닝 방법을 통해 2012년에는 고양이 얼굴 인식 수준을 10% 향상시켰고, 2015년에 등장한 구글 알파고 시리즈는 바둑과 장기 등 보드게임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능력을 보여 줬다.
최근에는 안면 인식률이 인간의 분별 능력을 넘어 98%에 달하는 등 특정 분야 학습 능력은 이미 인간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문학·음악·미술 등 창의력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AI 기술의 성공 요소는 딥러닝 등 알고리즘의 고도화, 컴퓨팅 능력, 양질의 데이터 확보 등에 있다. 알고리즘의 경우에는 각종 경진대회나 학회 등을 통해 경쟁적으로 공개되고 있으며, 누구나 손쉽게 공개된 알고리즘을 활용할 수 있는 점이 AI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미지인식대회(ILSVRC)는 얼굴을 1000개 클래스로 분류하는 알고리즘 경연대회이다. 2015년 1위 작품 '레스넷'(ResNet)은 인간의 인지 수준으로 알려진 95%를 초과한 96.4%의 정확성을 보였으며, 2017년 1위 '세네트'(SENet)의 경우 이를 97.7%까지 상승시켰다. 컴퓨팅 능력 또한 고비용의 데이터처리 장치를 구입할 필요없이 공개된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AI 대중화의 성공적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AI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확보, 관리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양질의 학습용 데이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IBM 왓슨이 국내 병원에 도입됐을 때 의사의 암 진단율을 넘어서는 AI 기술이라고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결국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인의 데이터를 한국인에게 적용하는 것이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누적 주행거리 1000만마일을 넘고도 여전히 악천후와 돌발상황, 역광 등 운전자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효 데이터 수집은 어려운 상황이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도 전용 도로 없이는 자율주행 5단계가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양질의 데이터 수집에는 광(光)기술의 발전이 한몫하고 있다. 광기술은 빛을 생성하고 수집하고 활용하는 기술이다. 다른 어떤 입자보다 빠르고 정교하며 간섭이 없기 때문에 정밀계측, 센싱, 인지 등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인간의 시감 범위보다 훨씬 넓은 자외선에서 적외선까지 정밀한 간격으로 빛을 만들거나 감지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야간운전이 가능한 것은 적외선 파장의 레이저와 센서가 객체감지, 열감지, 주변 지형의 3D 계측 등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기상관측용 자외선 파장과 악천후에도 투과율이 높고 색온도가 낮은 장파장 광원 및 3D 계측용 레이저를 적절이 융합하고 광센서 정밀도를 높이면 자율주행 5단계의 기술장벽을 넘기 위한 유의미한 데이터 획득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광기술 융합으로 유효 데이터 획득이 가능해지면 AI가 할 수 있는 영역은 더욱 확장된다. 레이저 광원이 장착된 카메라는 얼굴인지뿐만 아니라 미세한 피부 움직임과 목젖의 진동을 감지, 운전자의 상태와 목소리 명령을 판단한다. 4K 이상의 고연색성, 고해상도 영상기술은 증강현실(AR) 글라스를 착용한 의료진이 하이라이트된 암 부위를 정상 세포의 손실 없이 제거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 밖에 머신비전을 이용한 스마트팩토리 및 품질 검사기술, 광센서를 이용한 물류용 라이다, 스마트폰 페이스 ID, 수송기기 동체 레이저 검사 기술 등 광기술은 AI 활용 분야를 광범위하게 넓히고 있다. 광융합기술 전문 연구소로 지정된 바 있는 한국광기술원은 자동차·가전·에너지신산업·의료산업 등 광기술 기반의 AI 산업에 주목해 안개 감응형 전조등, 에너지 거래 실증장치, 자궁경부암 3D스캐너 등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민식이법' 관련 AI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지속 발전하는 광기술과 AI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통해 영역을 확장해 가며 신산업 창출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해서 동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종협 한국광기술원 선임연구본부장·한국LED광전자학회장 jhbaek@kop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