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컴퓨터 시장은 크게 국가·공공기관 등 조달시장과 개인·기업 등 민수시장으로 구분된다. 조달시장은 연간 약 40만~50만대 규모로 공급되고 있고, 50~60여개의 중소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기존 대기업에 의해 독점 공급되던 조달시장에 중소기업 제품의 구매를 촉진하고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 법령으로 개인컴퓨터는 2013년부터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현재 조달시장에는 중소기업만 입찰 등에 참가, 공급하고 있다.
IDC 통계자료에 따르면 민수시장의 연간 수요는 2020년 기준 약 170만대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그 가운데 대기업 비중은 전체시장의 약 53% 수준인 90만대이고, 약 46%의 78만대는 조립시장 수요로 분포돼 있다. 그에 반해 중소기업은 1% 수준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란 정부의 정책 지원을 받은 많은 중소기업이 기술개발과 투자를 하고 새로운 제품 개발에 노력하고 있지만 민수시장에서 만큼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제품 차이가 있어서? 그렇지는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품의 주요 부품은 대부분 동일한 제조사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면 품질이 부족해서? 이마저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 법적의무인증인 KC인증과 에너지절약 인증 이외에도 성능인증, 환경표지, 녹색기술, 품질보증조달물품, 단체표준 등 다수의 품질인증을 취득하는 등 대기업 못지않은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중소기업은 민수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브랜드 인지도다. 우리는 어린 시절 TV 등 매체를 통해 대기업 브랜드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대표적으로 중앙처리장치(CPU)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I사가 떠오른다. 각종 광고 말미에 I사 시그니처 멜로디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반복돼 강하게 기억되면서 CPU 하면 '아~ I사'라고 떠올리는 것이다.
대기업 대부분도 풍족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공격적인 광고 등 마케팅 홍보를 하고 있으며, 실제 엄청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자사 브랜드 홍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는 그런 업체·제품이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둘째 중소기업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다.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대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신뢰를 얻은 대기업 제품의 이미지 효과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대기업 제품 사용 시 장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는 '내가 뭘 잘못했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로 중소기업 제품에 장애가 생기면 '중소기업이 그렇지 뭐. 이래서 중소기업 제품 쓰면 안 돼'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제품 장애 발생률을 살펴보면 그 수치는 거의 비슷하다. 대부분의 장애 발생은 사용자의 환경 및 바이러스, 악성코드 등 소프트웨어(SW)로 인한 원인이지만 소비자는 그 사유마저도 중소기업 제품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유로 조달시장에서 만큼 정부는 정책적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 브랜드를 알리고 자생력과 경쟁력을 기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고, 현재 조달시장에서는 그동안 많은 노력으로 그 불신이 거의 해소됐지만 민수시장에서는 아직 중소기업의 막연한 불신이 많이 남아 있다.
우리 중소기업 컴퓨터 업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더욱 고객 중심 경영과 고객 기호에 맞는 제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줬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원된 정부의 각종 제도와 더불어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관심까지 더해진다면 “개인컴퓨터는 사양산업이야”라는 말은 당분간 들을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동수 정부조달컴퓨터협회장(트리엠 대표) mkt@tre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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