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주관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연일 구설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구설은 더 심해졌다. 급기야 '무능' '부동산 투기' '내로남불'은 물론 '봄' '미래'와 같은 일상단어까지 제재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선관위는 이번 보궐선거를 주관하면서 △보궐선거 왜 하죠? △서울에 다시 봄이 옵니다 △거짓말하는 일꾼을 걸러내자 등의 문구를 삽입한 현수막 사용을 불허했다. 모두 특정정당, 특정후보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는 이유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대해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연상된다며 불허했다. △부동산 투기 없는 부산을 위해 반드시 투표합시다 △4월 7일! 당신의 투표가 거짓을 이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투표합시다 △부산 시민의 힘! 시민의 소중한 한 표에서 나옵니다 △투표로 부산시를 지켜주세요 △사전투표하고 일 해요 등의 문구도 사용불가 방침을 내렸다.
야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관위가 여당 선대위로 전락했다'며 날을 세웠다. 지난 5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경기 과천 선관위 청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선관위가 지난 총선·대선과 4·7 재·보궐선거를 포함해 '직원 배상책임 보험' 가입을 추진하면서 야당에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해당 보험은 선관위 전·현직 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민·형사상 소송을 당해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금 및 변호사비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는 보험상품이다. 선관위가 소송에 대비해 배상보험에 가입한 적은 없었다.
선관위는 '특정 정당에 유리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야당 문구 외 여당이 사용하려던 문구도 사용을 불허했다는 논리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공직선거법을 준수해 보궐선거를 주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관위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90조, 제93조 등이 선거운동 및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국민의 법 감정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규제 위주라는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며 “선관위는 선거법에 대한 개정의견을 여러 차례에 걸쳐 제출한 바 있고 재보선 이후에도 개정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