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장기화로 자동차 부품업계 자금난이 심화함에 따라 금융 지원 등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6일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협회가 53개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48.1%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감산을 하고 있고, 72%는 수급 차질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20% 이내로 감산한 업체는 64.0%, 50% 이내로 감산한 업체는 36.0%로 나타났다.
정 회장은 “특히 응답 업체의 49.1%는 완성차업체의 생산 차질로 운영자금 애로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들 업체에 대해 정부와 금융권의 선제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응답 업체 72%는 성능만 된다면 수입산을 국산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번 위기를 우리 차량용 반도체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홍 자동차산업협회 상무도 “부품업계는 대출 한도 확대와 금리 인하 등 금융 지원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산업 구조의 변화와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다양한 변화가 가속화됐다”고 밝혔다. 세계 전기차 판매가 전년보다 20% 증가한 점과 고급차 판매 비중 확대, 연결·자율·공유·전동화(CASE) 중심의 합종연횡 등을 예로 들었다.
또한 테슬라 등 수입업체를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가 확대됐고 미중 무역분쟁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의 영향으로 공급안정성 중심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재편됐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주요국 중 유일하게 자동차 내수가 6.2% 증가하며 선방했지만 한계점도 노출됐다”며 “올해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최대치를 기록한 내수 기저효과와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회복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미래차 전환과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부품업계 유동화회사보증(P-CBO)지원과 세금 납부 유예 등과 중장기적으론 전기차 관련 생산시설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는 등 미래차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주제 발표에서 “미래차에서 전장 부품 비중이 기존 내연기관의 두 배를 넘는 7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는 관련 공급망이 취약해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전장부품과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미국은 친환경차 산업인력이 25만명이 넘고, 독일은 자동차 엔지니어 수가 12만6000명”이라고 말했다.
포드는 프로그래머 인력을 300명에서 4000명 이상으로 늘리고, GM은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인력은 40명에서 2000명까지 증원하는 등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2019년 기준 독일은 60조원, 일본은 45조원, 미국은 23조원을 자동차산업 R&D에 투자한 반면 우리나라는 8조6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