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흐름이 가속화하면서 서버와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HW) 수요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한 시점은 기업 정보기술(IT) 예산이 이미 확정된 이후로 관련 투자 확대에 제약이 있었다. 올해는 계속되는 디지털 전환 수요에 힘입어 IT 인프라 확충을 위한 HW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디지털 전환 인프라, HW
HW는 소프트웨어(SW)에 비해 시장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고 빠른 투자에도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전환이 사실상 강제적으로 이뤄지면서 IT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본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서 비대면 서비스가 외연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비대면 서비스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HW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됐지만 현실에선 HW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실제 디지털 전환을 수행할 수 있었던 기업은 극히 소수였다”면서 “HW 투자가 올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기업 디지털 전환도 올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사업을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드마켓츠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전환 시장은 지난해 4698억달러에서 연평균성장률 16.5%로 확대, 2025년 1조9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서버 시장은 지난해 550억달러에서 2027년 1000억달러(연평균성장률 9.5%)까지 커질 전망이다. 스토리지 시장은 지난해 539억달러에서 2025년 810억달러(연평균성장률 8.5%)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HW 투자는 인공지능(AI) 열풍에 의해서도 가속화하고 있다. AI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고성능 컴퓨팅(HPC) HW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AI 프로그램 '알파고'는 2015년 기준 1920개 중앙처리장치(CPU)와 280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했다.
한국신용정보원이 발간한 'AI 기술·시장 동향:핵심기술, 시장규모, 사업리스크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AI 전후방 산업은 컴퓨팅 HW, SW 개발툴(SDK) 공급업체, 알고리즘 개발업체, 응용솔루션 개발업체 등으로 구성된다. 2019년 기준 AI 구현에 관한 HW 시장은 전체 시장 가운데 43.8%를 차지했다. SW 시장은 27.9%, 서비스 시장은 28.3%였던 것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서버 1위' 델 테크놀로지스, 성장세 가속
델 테크놀로지스는 세계 서버 점유율 1위 업체다. 2019년 글로벌 서버 시장 매출이 총 810억달러로 집계된 가운데 델 테크놀로지스가 시장 점유율 21.3%를 차지했다. 2위 업체와도 4%P 이상 차이를 벌렸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2015년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 EMC를 67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스토리지 사업을 강화했다. 인수 후 서버와 스토리지, 서비스 등 전 사업 부문이 골고루 성장해 2019년엔 전년 대비 14% 성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지난해 더욱 빨라졌다. 글로벌 실적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속으로 서버 판매대수와 매출 모두에서 국내 시장 1위를 달성했다. 델 테크놀로지스 관계자는 “지난해 서버 성적이 굉장히 좋았다”면서 “글로벌 IT 기업에 중요한 실적 타깃을 초과 달성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x86 메인스트림 서버' 시장에서 역대 최대 판매대수를 기록했으며 28%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 x86 메인스트림 서버는 지난해 4분기 판매대수 기준 27.2% 점유율, 매출 기준 27.1% 점유율로 각각 17분기, 14분기 연속 1위를 수성했다. 같은 기간 x86 서버 전체 실적은 판매대수로 16.8%, 매출로 17.2% 점유율을 기록해 각각 16분기와 14분기 연속 1위를 지켰다.
델테크놀로지스는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달에는 '파워엣지' 서버 신제품 17종을 선보였다. 3세대 AMD 에픽 프로세서 기반 '파워엣지 R6515'와 3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기반 '파워엣지 R750', 에지 컴퓨팅을 위한 러기드 타입 폼팩터 서버 '파워엣지 XR11', '파워엣지 XR12' 등이 포함됐다. AI 업무를 위해 가속기에 최적화한 서버 모델도 함께 공개했다.
김경진 델 테크놀로지스 한국 총괄사장은 “AI나 빅데이터 분석 등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는 워크로드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슈퍼컴퓨터, HPC를 위한 레디 솔루션을 제공 중이며 이는 AI, 머신러닝·딥러닝 등 고도 컴퓨팅 성능을 요구하는 워크로드에 GPU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김 총괄사장은 “클라우드 전환과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 구축을 위해 웹 스케일 IT 환경을 잘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과거에 유닉스 서버에서 구동되던 미션 크리티컬 워크로드가 x86 서버로 이전되면서 x86 서버 시장을 선도하는 델 테크놀로지스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토리지 확대 추세 지속될 듯
스토리지 시장도 동반 성장한다. HW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퍼블릭 클라우드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이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작게라도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하려는 기업이 많아졌다”면서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에 서버와 스토리지 공급이 늘어나는 중”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빅데이터 스토리지 시장은 2019년 103억달러에서 연평균성장률 5.3%로 확대, 2026년 14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 컴퓨팅 시장이 2026년 133억6000만달러로 성장하는 가운데 스토리지 시장도 함께 커진다.
국내 스토리지 시장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이 주도하고 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관계자는 “고성능, 스케일아웃 단일 파일시스템, 오브젝트 스토리지와 통합 구성한 신제품으로 AI 시대 고성능 데이터 분석을 위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금융서비스, 생명과학, 엔터테인먼트 등 고성능과 대규모 용량이 필요한 업무 시스템에서 데이터 혁신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