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자동차, 여름엔 선박.'
부산시와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기질 진단평가시스템 운영 결과에서 내놓은 계절별 미세먼지 최대 배출원이다. 놀라운 점은 여름철 부산지역에서 생성되는 미세먼지 최대 배출원이 선박으로, 무려 32%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겨울철 미세먼지 최대 배출원으로 꼽힌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 28%보다 높은 수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부두에 1회 정박하며 내뿜는 오염물질이 트럭 50만대 분의 미세먼지와 맞먹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항만 지역의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선박 배출가스 규제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부터 선박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2050년까지 70% 저감하겠다는 목표치를 발표했다.
규제에 대응하는 해운 및 조선업계의 움직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해운사는 황산화물 규제 초기에 오염물질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를 설치하거나 저유황유를 사용해 대응했지만 스크러버는 해상 오염 문제, 저유황유는 품질 및 가격 문제가 각각 불거지면서 친환경 가스선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액화석유가스(LPG) 선박은 기존 벙커C유에 비해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미세먼지(PM) 등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이 80% 이상 적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25% 줄일 수 있어 기후변화 대응도 가능함에 따라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LPG 연료는 육상에서 차량용으로 60년 이상 사용돼 안전성과 기관 내구성이 검증됐고, 400만 가구가 가정·상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등 LPG 공급 인프라가 널리 구축됐다. 연료의 수송과 저장도 용이하다.
부산시는 LPG 선박 가능성을 파악하고 지난해에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사업으로 '중소형선박 LPG추진시스템 상용화' 실증특례 사업을 신청, 선정됐다. 내년까지 LPG 하이브리드 선박 건조, 소형 선박용 LPG 선외기 개조, 선박에 LPG 벙커링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LPG선을 건조하고 운항, 벙커링까지 실증함으로써 기술적 토대 마련은 물론 LPG 선박 기자재 산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LPG 연료 선박이 대기환경 개선은 물론 해양수도로서 자긍심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지난 2월 '친환경 LPG 어선 개발' 과제를 공고하는 등 기술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며, 향후 다양한 용도의 LPG 선박 개발·보급을 위한 'LPG 연료 선박 건조 기준' 제정 등 관련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LPG 선박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리 조선업계에도 새로운 시장을 열어 주고 있다. 미국 셰일가스 혁명으로 국제 LPG 물동량은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 지난해에는 연간 1억1000만톤을 기록했다. LPG를 운반하는 초대형가스운반선(VLGC) 연료로 LPG를 사용하는 선박의 개조와 발주도 본격 이뤄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LPG 선사인 'BW LPG'가 자사의 VLGC선을 LPG 추진엔진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이후 해외 선주들의 LPG 추진선 발주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 조선사들이 대량 수주한 신조 선박의 상당수는 고부가가치 LPG·액화천연가스(LNG) 등 가스추진선이다.
세계 조선·해운 산업의 패러다임은 친환경 가스추진선박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우리가 글로벌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등 핵심 경쟁력 확보는 물론 관련 법령과 제도도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과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LPG 선박 기술로 세계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하는 르네상스를 기대해 본다.
박현창 대한LPG협회 기술사업본부장 hcpark@klp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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