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유도할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대기업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의 ESG 확산을 유도한다. 중소기업에 특화된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현장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경영 체질 개선은 유도하지만 ESG 자체가 규제가 되는 피해는 최소화할 방침이다.
중기부는 최근 중소기업 ESG 도입을 위한 업계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비재무적 지표다.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측면에서 중소기업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 현실 지원 방안 수립이 목표다.
별도의 평가지표 작성도 고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ESG 수준을 자체 진단하고, 진단 결과를 정부가 확인해서 인증을 부여하자는 접근이다. 인증을 받은 기업에는 정책자금 융자 우대나 중소기업 지원 사업에 가점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민간이 아닌 정부가 별도 기준을 두는 것에는 부담이 있는 만큼 다양한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중기부는 대기업과 상생·협력을 통해 중소기업 ESG 경영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달부터 새로 추진하는 자상한기업2.0에서 ESG를 우선 순위로 두고 기업을 선정한다. 자상한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상생하는 협력 프로그램이다.
국회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중소기업진흥법에 담긴 '사회적책임경영' 조항을 'ESG경영'으로 개정해 ESG 정의와 인증 체계, 실태조사, 정부지원사업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를 통해 더 체계화한 중소기업 ESG 지원 근거도 확보할 수 있다. 강훈식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측은 “그린뉴딜 확산을 위해 중소기업 탈탄소 지원법을 발의, 중소기업 환경(E) 분야 개선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면서 “사회(S)와 지배구조(G) 측면에서도 중소기업의 ESG 전환을 종합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소기업 ESG 도입 논의가 빨라지는 이유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ESG 경영이 확산하면서 자연스레 공급망에 참여하는 협력 중소기업에도 ESG 적용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중소기업의 ESG 경영 준비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ESG 대응 수준은 10점 만점에 4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7점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급격한 ESG 전환은 중소기업에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ESG의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중대재해특별법에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까지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ESG 기준 강화가 자칫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에 미치는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원 체계 마련에 비중을 더 크게 두겠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상당수는 ESG를 규제로 여기고 있다”면서 “ESG 체제 전환과 함께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지원체계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